두 자매의 사랑과 욕망 그리고 파국

영화 <가발>은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진 수현(채민서 분)이 언니 지현(유선 분)으로부터 누군가의 기억이 담긴 가발을 선물 받으면서 이들 자매에게 일어나는 오싹하고 섬뜩한 공포와 파국을 그린다. 가발을 쓰면서부터 조금씩 변해가는 수현과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 지현의 갈등과 욕망이 중심으로 전개된다. 신체의 일부분인 '머리카락'이라는 익숙한 소재에서 공포를 끄집어낸 영화는, 두 자매 사이의 미묘한 심리와 결부시켜 감성적인 공포로 만들어낸다. 하지만 두 자매의 복잡한 감정을 공포의 실체인 가발 속에 투영시키지 못하고 있다. 채민서의 삭발연기 투혼과 유선의 말없는 감정연기가 그나마 극을 끌어가지만 밋밋한 스토리 전개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 특히 결말에서 원혼의 정체를 동성애와 수현과 똑같이 닮은 인물로 설정한 것은 지나친 비약으로만 보일 뿐이다. 한편, "왜 영화에서 지현은 수화를 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영화 <가발>은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을 통해 8월 12일 개봉된다.

2005.8.01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