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장영화

<폭력써클>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주인공들이 우정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쓰게 되는 과정을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잔혹한 폭력을 통해 그려낸 독특한 폭력성장영화.

아버지처럼 육사 진학을 꿈꾸는 모범생 고등학생 1학년 상호(정경호 분)는 그의 중학교 동창 재구(이태성 분)와 창배(이행석 분)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이자 재구의 초등학교 동창인 경철(김혜성 분), 상식, 홍규와 함께 '타이거'라는 모임을 만들어 축구를 즐기게 된다. 즐거움도 잠시 타이거는 불랑써클 'TNT' 짱 종석(연제욱 분)의 옛 여자친구 수희(장희진 분)를 괴롭히는 녀석들을 때려주고 상호는 점점 수희와 친해지면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종석과 피할 수 없는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우정을 나누고자 했던 ‘타이거’는 시간이 갈수록 모임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폭력써클’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불려지기 시작하고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파경까지 이르게 된다.

스토리는 어떻게 보면 참 유치하고 단순하다. 그러나 그 내용이 공감이 가고 진지하고 심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6명의 고등학생들의 싸움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친구와의 우정'이다. 그때는 폭력이 사나이들의 의리를 증명해주는 또 하나의 도구인 셈. 친구가 아니었다면 싸움도 없지만 친구를 위해서라면 그들은 무모할지라도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싸움은 그만큼 위험하고도 슬프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독특함은 진짜 청춘배우들과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조폭을 능가하는 고등학생 아이들의 잔인한 폭력의 만남이다. 이 기묘한 조합은 폭력의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클래식은 폭력을 찬미하듯 감독의 광기가 느껴질 정도이다. 정경호, 이태성, 김혜성, 이행석 등 신인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큰 수확은 악랄한 양아치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연제욱이라는 배우 발견이다. <제니, 주노>의 깜찍한 중학생이었던 김혜성의 연기변신도 눈에 띈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의 싸움이라고 보기에는 과도하고 잔인한 폭력장면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폭력써클>의 엔딩 장면은 최초의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붉은 색으로 보여주지만 개봉 때는 흑백버전으로 상영된다. 박기형 감독은 "너무 잔인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잔인하다는 느낌보다는 슬픈 느낌을 주기 위해서 흑백으로 처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내 첫 상영을 통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기대 이상의 화제를 모은 <폭력써클>은 오는 10월 19일 극장 개봉한다.

2006.10.15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