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영화의 영광 [가문의 영광]

[가문의 영광]은 두 영화를 닮아있다.
하나는 학벌에 대한 자격지심이 빚어내던 코미디 [두사부일체]이고, 나머지는 억지결혼 만들기에 관한 [조폭마누라]이다. 두 편 모두 조폭영화 신드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주역들이고, 당연히 조폭이 주연을 맡고 욕설과 폭력은 조연을 맡았다.

학벌로 인한 결혼만들기에 들어간다는, 언뜻 보면 두 영화를 조합한 듯한 이미지를 제공하지만, [가문의 영광]이 길을 조금 다르게 가는 것은 주연이 조폭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결혼작전으로 엉켜버린 정준호와 김정은)이라는 점과 욕설, 폭력의 강도를 낮추고 상황이 만들어내는 유머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코미디가 빠지기 쉬운 오류는 상황이 선사하는 적절한 유머보다 말장난이 만들어내는 휘발성유머에 소진된다는 사실인데, 이 영화는 상황이 선사하는 코미디에 주력하는 미덕을 보인다.
물론 때로는 억지스런 상황들이 고개를 세우기도 하지만, 말장난에 의존하는 코미디보다는 한결 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매력은 배우들에게 있다. TV에서 오래 활동하던 유동근은, 예의 보여오던 근엄한 모습은 찾을 길 없는 맛깔스런 코미디연기를 보여준다. 코미디의 유치함과 적절함이라는 이 미세한 경계선에서 유동근은 오랜 연기생활이 말해주듯 후자에 안전하게 안착하면서 성공적인 코미디연기를 펼친다. 김정은 또한 한국 로맨틱코미디에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기에 모자람 없는 연기로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고, 박근형과 성지루의 연기보조는 영화를 더욱 기름지게 한다.

조폭이라는 출발점은 같지만, 이 영화가 다른 것은 제대로 된 코미디에 주력한다는 사실과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안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조폭영화라고 모두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가문의 영광]처럼 조폭이라는 소재에 국한되지 않는 노력들이 엿보인다면, 싸잡아서 조폭영화를 욕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특히 억지스런 에피소드의 등장), 배우들의 연기나 차별성을 두려는 노력에서 [가문의 영광]은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이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