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꿈과 웃음 속에서 꽃핀 새로운 희망

TV에 방영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 <꽃피는 봄이 오면>은 번번이 꿈인 오케스트라 관현악단 오디션이 떨어지고 오랜 연인마저 차마 잡지 못한 트럼펫 연주자 현우(최민식 분)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강원도 탄광촌 도계의 중학교 관악부 임시 지도교사로 부임해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자신의 잃었던 꿈과 사랑을 다시금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꿈과 희망, 사랑마저 잃은 현우는 단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서 잃어버렸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회복하게 된다. 특별한 사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일상과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과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감독의 연출력은 칭찬할 만하며 치유과정을 계절의 변화에 대입한 점은 돋보인다. 여기에 최민식의 인간적인 연기가 영화에 큰 힘을 보탠다. 또한, 일상의 모습과 대화를 현실감 있게 포착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해 훈훈한 웃음과 감동을 끌어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의 접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긴 여운은 남기지 못한다. 그래서 종반 아이들에게 옮아 눈가리개를 하게된 현우의 모습이 인상깊게 다가오지 못한다. 군데군데 삽입된 영화적인 설정은 일상의 얘기와 모습을 다룬 영화의 리얼리티와도 어긋나버려 애매모호한 느낌만 들게 한다.

<마리 이야기>를 제작한 씨즈엔터테인먼트의 두 번째 작품 <꽃피는 봄이 오면>은 청어람이 배급을 맡아 오는 9월 23일 개봉된다.

2004.09.13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