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돌아오는 죽음의 날

HD공포 연작 시리즈 <어느날 갑자기>의 첫 번째 이야기 <2월 29일>은 4년에 한번, 윤달인 2월 29일이면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배경으로, 연쇄살인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의 피 묻은 표를 받은 뒤부터 악몽에 시달리는 매표원 지연(박은혜 분)과 살인 사건을 추적해 가는 형사(임호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신병동에 갇힌 지연이 기자에게 얘기하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라쇼몽>에서와 같이 일련의 연쇄살인사건을 놓고 매표원과 형사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주관적 진실과 객관적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2년 전 교통사고로 죽었다던 여자 연쇄 살인범이 살아나 4년마다 찾아오는 2월 29일에 자신의 흉내를 내고 살인을 한다고 믿는 매표소 직원 지연과 어릴 적 친구들의 장난으로 맨홀에 빠져 어둠의 공포를 갖고 있던 지연이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정전으로 인해 다시 그때의 기억과 공포가 살아나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했다고 믿는 형사의 진술이 차례대로 펼쳐진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고층 아파트, 주차장, 정신병원 등 밀폐된 공간과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으며 인물의 심리묘사도 뛰어나다. 다소 이야기의 밀도의 떨어지고 기존 공포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적은 예산으로 이 정도의 수준 높은 공포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만하다. 서로 다른 진실 속에서의 상반된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HD공포 연작 시리즈 <어느날 갑자기>의 첫 번째 이야기 <2월 29일>은 CGV 전국 스크린을 통해 오는 7월 20일 개봉하고, 8월 SBS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2006.07.11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