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이란 없다.

TV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에 나섰다.
시트콤과 코미디에 능한 작가이기에 재기발랄한 시나리오를 기대했다.
하지만 TV와 영화의 벽은 너무 거대했던 것일까. 아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TV와 영화의 간격이 조금이라도 좁혀질까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다시금 TV에서 영화로의 이적은 쉽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문득 이현석 감독의 [용병이반], 황인뢰 감독의 [꽃을 든 남자]등의 이름들이 어지럽게 떠오르면서 말이다.

최진원 각본, 감독의 [패밀리]는 안일하고 퇴행적이다.
거창하게도 '에로틱코믹액션'을 표방하지만 영화는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우선 소재부터 한국영화에서 유독 힘을 과시하는 조폭이야기로 여전히 욕설과 폭력은 중심에 있고 새로움이란 단어는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룸살롱이야기가 보태져서 조폭이야기를 더욱 엉성하게 보조할 뿐이다. 물론 조폭이야기 라고 해서 무조건 안일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서 새로움의 가능성이나 노력을 만날 수 있다면 그 누가 손가락질만 일삼겠는가 말이다.

캐릭터 또한 전형적인 인물상에서 조금도 빗겨감 없는 고루함으로, 황신혜와 윤다훈 그리고 김민종의 제자리걸음에 만족해야만 한다. 특히 영화의 코미디를 이끄는 윤다훈의 캐릭터는 TV시트콤의 자기복제라는 아쉬움과 안일함의 산물로서, 홀로 초라한 입담의 원맨쇼를 펼친다.
그리고 윤다훈의 눈물겨운 노력만큼이나 안쓰러운 모습은 황인영도 별반 차이가 없다. 윤다훈이 코미디를 사수해야 한다면, 황인영은 에로틱을 담당하는데 그 모양새가 단순한 노출에만 기인하고 있어 더욱 아쉬움을 자아내는 것이다.

새로움의 흔적조차 없는 안일하고 퇴행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패밀리]가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이런 모습이 비단 이 한 영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한 단면이라는 사실이다.
인기 있는 소재에 편승해서 안일한 구성으로 선보이는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단순하게 한 영화만의 퇴행이 아닌 한국영화자체의 퇴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영화가 소위 영화판에서 활동하던 사람의 작품이 아닌, TV에서 작가로 이름을 알리던 사람의 첫 영화작품이라는 사실이 그 씁쓸함을 배가시킨다. 바로 첫 영화인데도 그 어떤 도전도 없는, 주류에 편승하는 안일한 복제품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