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퇴행.

영화제목보다도 서세원이라는 특정인의 이름이 앞서는 영화가 있다.
[조폭마누라]와 [4발가락]에 이은 또 한번의 퇴행을 거듭하는 [긴급조치 19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태규 감독은 단순한 코미디영화라면 자신이 아닌 서세원이 감독자리를 차지했을 거라고 말했지만, 아쉽게도 이 이야기가 현실로 자리잡았다.

감독이 담고 싶었다던 세대간의 갈등과 이해의 문제는, '서세원쇼'가 출발점이 되었을지도 모를 가수들의 잔치에 가려서 음지로 묻혀버리고 영화는 본연의 자세를 망각한 듯 서세원쇼의 이벤트처럼 휘발성 장난의 몰골로 스크린을 도배질 한다.

가수들의 힘을 저지하기 위한 계엄령 발동이라는, 역사를 역행하는 듯한 소재는 재밌을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가수의 노래는 오랜 시간 동안 피지배계급층이라는 대중에게 '민중가요'등의 이름으로 저항과 위안을 동시에 안겨주는 채찍과 당근이 되어왔기에 실제로도 드라마틱한 역사를 거쳐오고 있다. 7,80년대를 도로 당겨온 듯한 그럴듯한 소재는, 어떠한 일말의 힘있는 드라마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가수들의 쇼에 농락 당하고 만다.

너무나 많은 가수들의 등장으로 영화는 중심을 잃고 가수들에게 시간을 분배하기에 정신이 없고, 아버지 세대와 현 세대로 대변되는 비서실장 김도철(노주현)과 민지(공효진)의 갈등과 화해는 TV단막극보다도 못한 어줍잖은 드라마로 감독이 말한 세대간의 문제는 찾을 길이 없어진다.

차라리 서세원쇼 특집으로 가수들을 전부 모셔다가 잔치를 벌이는 것이 나을 뻔했다. 말장난은 도가 지나쳐서 인신공격에 열을 올리는 수준으로 올라가고, 가수들의 개인기 또한 재미를 넘어서 식상함이라는 단어로 쏟아져 내린다. 그래도 아예 볼 것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말장난은 때때로 웃음을 터트리기에 제격이고, 가수들이 보이는 코믹한 모습들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더 이상은 없다.

2002년 현재에 이런 퇴행성영화가 버젓이 제작된다는 사실이 슬프지만, 그래도 이벤트성은 확실했다고 안분지족 할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