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에 내던져진 청춘군상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영화 <내 청춘에게 고함>은 평범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기에 처한 세 젊은이들의 일상을 통해 불확실성 속에 내던져진 청춘군상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담담하게 그려낸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21살의 연극과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휴학생 정희(김혜나 분)가 주인공이다. 정희는 가난하지만 언니와 단둘이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남자친구와는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급기야 언니가 열심히 돈을 모아 새로이 장만한 집마저 사기를 당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26살의 공중전화박스를 수리, 수거하는 일을 하는 근우(김상우 분)가 주인공이다. 자신이 비정규직인지도 모르는 근우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파업에는 관심이 없으며 '시간 늦추기'라는 소모임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속도와 세계에 빠져있는 몽상가이기도 하다. 근우는 우연히 한 여자의 전화통화를 몰래 엿듣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회사로부터 해고예고통지서를 받고 그녀의 사랑 역시 뜻하지 않은 일로 벽에 부딪치게 된다. 세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박사과정을 밟던 중 군대에 끌려간 32살의 늦깍이 군인 인호(김태우 분). 제대를 14일 앞두고 말년휴가를 나온 인호는 집으로 가지만 아내의 부재에 당황한다. 제대 후 학위를 포기하고 취직을 할까 고민중인 인호는 아내의 불륜과 현실에 대한 불안감으로 대학동창의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과 하룻밤을 보내고 죄책감에 아내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다시 시작하려 한다.

불확실한 삶 속에서 좌절하고 절망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리기보다는 그들의 불안한 정서와 충동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각기 다른 세 인물의 이야기가 정서적으로 하나로 묶여지는 형식이 독특하며 생략과 압축을 적절히 사용해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 가는 솜씨도 훌륭하다. 하지만 애매한 결말만큼 감독이 고(告)하고자 하는 것도 애매하게 느껴진다는 게 흠이다.

예술영화 전용관 필름포럼을 운영하는 영화사 이모션픽처스와 일본의 NHK 방송국이 공동으로 제작한 <내 청춘에게 고함>은 오는 7월 13일 개봉한다.

2006.06.28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