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삼류인생 아버지들의 사랑이야기 - 아버지의 사랑은 뒷골목에 존재한다.

아버지는 자식에 어떤 존재일까? 모성애에 대한 자식들의 외침은 눈물이다. 부성애에 대한 자식들의 외침은 불만이다. '아버지'는 어머니처럼 자상함과 따뜻함은 존재하지 않으며, 남자처럼 포근함도 느껴지지 않는 존재이다. 무뚝뚝한 아버지에 대한 딸의 사랑을 이야기를 하는 <가족>과 철없는 아빠에 대한 아들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돈텔파파>를 통해 아버지의 존재를 되씹어 보자.

그들의 가족환경은 삼류인생으로 시작된다. 전직경찰에서 눈을 다친 후 생선가게를 하는 아버지 그리고 교도소를 갓 출소한 전직 소매치기 딸, 나이트클럽의 쇼 MC 아빠와 "안녕하세요"보다 " 어서옵세요"를 잘하는 아들이 어떤 가족보다도 눈물겨운 가족이야기를 한다.

<가족>에서 정은은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다. 술과 주먹을 일삼아 어머니를 괴롭히는 아버지를 증오한다. 이런 정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 속마음과는 다르게 냉정하게 대하는 주석이다. 정은과 주석의 사이를 어떻게든 사이좋게 만들려는 동생 정환이 안쓰럽기만 하다. 한 때 같은 패거리 일당 창원에게 위협을 당하면서 가족까지 궁지에 몰리게 한다. 새 출발을 하려는 정은에게 돈을 요구하며, 몸까지 요구하는 창원은 급기야 주석을 이용하여 정은을 협박한다. 삼류건달 창원이 정은과 주석의 부성애를 더욱 눈물겹게 보여주는 것은 일주일에 한번씩 볼 수 있는 베스트극장의 서민들의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와 딸의 갈등을 서로간의 대화도 없이 싸움도 없이 해결을 해준다. 딸의 실수로 눈까지 잃었던 몇 십 년 간의 비밀은 백혈병에 걸린 아버지에게 마지막이라도 따뜻한 사랑을 보여주라는 아버지 친구를 통해 딸은 아버지를 용서해주는 면죄부까지 준다. 정말 '부녀간 사랑이 눈물겹다' 고 말하는 창원의 대사 그대로이다.

한편, 영화시작부터 "아빠하고 나하고"의 동요로 한바탕 웃음 속에서 감동을 팍팍 느끼게 해주는 <돈텔파파>는 험한 욕 다 쓰지만 열심히 나이트를 뛰는 삼류아빠에게도 아빠의 청춘은 있다고 몸부림을 친다. 고등학교 때 실수로 아빠가 된 김철수. 그는 아들 초원을 위해 뒷골목인생도 좋다며 성실한 의지의 한국인이다. 아내가 미국으로 유학 가고 혼자서 초원을 키우는 철수의 일상생활은 왠지 안쓰럽기까지 한다. 초등학생 초원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속어와 비어가 웃음을 가져다 주지만 측은한 기분마저 느낀다. 솔직히, 번잡스러운 주변인물들의 연기 때문에 철수와 초원의 관계가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가족>에서의 아빠와 딸보다 눈시울을 잠기게 한다.

두 영화의 배경은 뒷골목 가족사로 관객의 눈물을 잦아낸다. 딸을 위해 눈을 잃고 생선가게를 하면서 백혈병까지 걸려 딸의 돈을 갚아주는 아버지. 자신의 인생을 위해 떠나버리는 아내를 대신해 젊은 청춘을 밤무대 생활을 하면서 아들을 키운 아버지의 자화상이 정말 처절하게 나온다. 전자는 말없는 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고통 없이 딸에게 전달해줘서 감동의 깊이가 짧다. 한편 후자는 도망간 어머니를 통해서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초등학생 아들에게 고통과 함께 관객에게 전해진다.

이 영화들은 요즈음 사회적 문제가 커져가고 있는 '가족'을 소재로 담았다는 것에는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하지만, 영화 속의 가족은 80년대 가족의 모습을 재방송하고 있다. 지금의 가족은 그렇지 않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부모를 버리고, 자식을 버리는 시대이며, 아버지의 뒷골목 인생을 증오하는 아들이 있으며, 전과범 자식을 부정하는 부모도 있다. 가족은 때론 먹고 싶은 아침밥처럼 먹기 싫은 아침밥과 같다. 영화 속 가족을 영상에 담고 싶다면 과거의 가족에 대한 향수나 추억을 요구하려는 화합과 화해를 권장하는 가족의식보다는 대화와 존중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작품을 기다리고 싶다.

코리아필름 조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