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도취에 묻혀버린 안중근 의사

영화 <도마 안중근>은 1909년 10월 26일, 독립투사 안중근 의사(유오성 분)가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사형을 당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거사 전후의 안중근 의사의 행적이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영화는 사실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과도한 기교와 음악 등 영화적인 장치에 의존한 나머지 역사적 인물을 묻고 말았다. 검찰관과 안중근 의사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하나씩 전개되는 작위적이고 매끄럽지 못한 극의 진행방식과 지나칠 정도의 오버 액션장면은 객관성과 사실성을 떨어뜨리고 만다.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태연하게 걷는 안중근 의사가 건물 위에 죽은 남자의 손에 떨어진 총을 받는 장면과 영화 '매트릭스'에서나 봄직한 총알 클로즈업 장면은 너무나도 생뚱맞아 보인다. 특히 상업영화의 방식에 택하면서 지나치게 설명적인 자막으로 애국심을 주입하려는 것은 눈에 거슬린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영화 속으로 끌어내지 못한 채 표피만 건드리고 말았고 성급한 서세원 감독의 자아도취적인 작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총 제작비 60억원으로 중국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된 <도마 안중근>는 엔터모드의 배급을 통해 오는 8월 27일 개봉할 예정이다.

2004.08.16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