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기교에 주력하는 서투른 도둑질 [도둑맞곤 못살아]

일본소설을 바탕(소설은 실화를 근거로 했다)으로 제작된 [도둑맞곤 못살아]는 일본문화에서 빈번하게 노출되는 '어디에도 설 곳 없는 가장'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물론 일본소설이 영화의 기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일본문화가 그리는 가장의 모습을 한국문화에 그대로 대입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별 다른 설명 없이 그려지는 건조한 가정의 모습은, 시선에 동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불쾌감을 먼저 안겨주면서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차가운 가정의 모습이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서로를 보듬으며 다시 하나가 된다는 설정은 좋지만, 처음부터 별다른 설명 없이 그려진 건조한 모습은 이런 변화에 대한 설득력을 취득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힘없는 가장과 엘리트 도둑의 대결이라는 소재는 일단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캐릭터에 대한 기대도 갖게 하지만 영화는 이 두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친절하게도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각각의 성격을 부여하려는 지나친 욕심을 보이고 있다. 그로 인해서 모든 인물들에 대한 자잘한 에피소드가 따라오고, 이는 영화의 핵심을 비껴가면서 혼란을 준다. 분명 영화의 핵심은 가장에게 있는데, 정작 디테일은 등장인물 모두에게 무리하게 가있으니 시선에 혼란은 당연할지 모른다. 그리고 감독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까지 파고들어서, 넘치는 CG들로 화면을 도배한다. 장난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CG들은 재치 넘치는 효과로 살아나지 못하고, 휘발성 잔재주처럼 화면을 어지럽힐 뿐이다. 재미있는 소재는 무리한 욕심과 기교 속에서 본래의 빛을 잃고, 시원한 재미(지키려는 자와 훔치려는 자의 격돌)도, 감동(가정의 회생)도 주지 못한 채 '설 곳 없는 가장'처럼 두리번거릴 뿐이다.

자기화에 대한 노력 없이 일본문화의 코드를 그대로 차용하는 [도둑맞곤 못살아]는, 잔 기교에 사활을 거는 어리석음을 노출하면서 서투른 도둑질을 구사하고 있다.
과연 이런 도둑질에 시선을 빼앗길 관대한 관객이 있을까...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