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에 대한 사회의 이중성

<말죽거리 잔혹사>에 이어 인간의 ‘폭력성’과 ‘조폭성’에 관한 3부작 중 그 두 번째 이야기 <비열한 거리>는 성공하기 위해 마지막 의리까지 버렸지만, 결국 비열한 거리의 법칙에 의해 희생되는 삼류조폭 병두의 욕망과 파멸의 과정을 그린다.

29살의 삼류조폭 조직의 2인자 병두(조인성 분). 조직의 보스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틈에서 제대로 된 기회한번 잡지 못하는 그는, 조직 내에서도 하는 일이라곤 떼인 돈 받아주기 게 전부다. 하지만 병든 어머니와 두 동생까지 책임져야 하는 그에게 남은 것은 쓰러져가는 철거촌 집 한 채 뿐이다. 그런데도 조직의 보스인 상철(윤제문 분)은 후배인 영필만을 편애하고 어렵사리 따낸 오락실 경영권마저 자신을 대신에 감방에 들어가는 영필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줘버린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기회가 온다. 조직의 뒤를 봐주는 황회장(천호진 분)이 미래를 보장할 테니 자신을 괴롭히는 부장검사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결국 병두는 길거리에 나앉게된 가족과 자신이 책임지는 조직의 동생들을 위해 고심 끝에 위험하지만 빠른 길을 선택하기로 하고 황회장의 눈엣가시인 박검사를 해치고 보스인 상철까지 없애고 황회장의 오른팔이 된다. 한편, 영화감독 민호(남궁민 분)는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조폭영화의 취재를 위해 초등학교 동창생인 병두에게 접근하고 병두의 호감을 사기 위해 첫사랑 현주(이보영 분)를 볼 수 있는 동창회를 데려가고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첫사랑과 새로운 삶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던 어느 날, 병두에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한다. 믿었던 초등학교 동창 민호가 자신의 비밀을 영화로 만든 것. 결국 병두는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된다.

'인간의 조폭성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에 대한 영화'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조폭이 비정한 사회 속에서 소위 배운자와 가진자들에게 어떻게 이용당하고 욕망을 좌절당하는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조폭을 바라보고 이용하는 이중적인 시선과 잣대로 그들을 소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감독은 극중 조폭 친구를 이용해 영화를 만들려는 영화감독 민호를 통해 장르영화의 메타드라마적 속성을 지니는 한편, 자신에 대한 반성을 이룬다. 그리고 영화는 조폭 병두를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고, 조직 내에선 위아래 치이는 여는 샐러리맨과 같은 고단한 일상을 사는 인물을 그려냄으로써 조폭이라는 특정 계층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에 대한 보다 넓은 이야기로 확장시키며 비열한 거리 속 인물들이 서로를 이용하고 숨겨진 폭력성을 드러내게 되는 데에는 바로 이 '욕망'이란 원죄가 숨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즉,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가족주의가 얼마나 비루하고도 비열한 인간의 욕망에 기반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결국 <비열한 거리>는 '식구가 뭐여, 같이 밥 먹는 입구멍이여'라는 영화 속 병두의 대사처럼 자신과 가족의 '입구멍'을 채우기 위한 욕망과 그 욕망 때문에 파멸해가는 인간군상들에 관한 이야기를 경멸과 동시에 동정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처절하고 리얼한 액션 장면이 볼거리이며 조인성의 연기변신이 돋보인다. 하지만 감독의 안정된 연출력에 비해 상투적인 설정과 결말은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 <비열한 거리>는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을 통해 6월 15일 개봉된다.

2006.06.05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