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 디올의 라프 시몬스 수석 디자이너가 첫 오뛰 꾸뛰르 컬렉션을 준비하기까지의 8주를 담은 <디올 앤 아이>가 오는 7월 국내 개봉을 확정 지었다.

크리스찬 디올 런웨이 뒷 모습을 포착한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화제를 모은 <디올 앤 아이>는 라프 시몬스가 수석 디자이너로서 선보인 첫 오뛰 꾸뛰르 컬렉션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알려져 더욱 주목할 만 하다.

20대 후반에 자신의 이름으로 이미 브랜드를 설립했던 라프 시몬스는 크리스찬 디올에서 10년 넘게 수석 디자이너로 활약해왔던 존 갈리아노가 유대인 모욕 발언으로 해임 된 후, 후임으로 지목 받는다. 당시 질 샌더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그는 이후 크리스찬 디올의 혁신성은 살리면서도 남성복 디자이너 출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혁신적이고 우아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그리고 <디올 앤 아이>가 담아낸 8주간의 비하인드 씬은 라프 시몬스를 패션계의 중심에 서게 한 그의 크리스찬 디올 첫 오뛰 꾸뛰르 컬렉션 데뷔 무대로 더욱 기대감을 모은다. 이 컬렉션은 크리스찬 디올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었던 것은 물론, 이후 패션계에 실용적인 오뛰 꾸뛰르 컬렉션 유행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역사적인 순간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디올 앤 아이>는 "패션에 관심이 있든 없든, 절대로 봐야 하는 영화"(Flicks.co.nz), "매혹적이고, 긴장감 넘치고, 명료하고, 끝내 감동적이다!"(Boston Globe), "매력적인 디자인현장의 민 낯"(Washington Post), "예술가들의 초상화를 완벽하게 그린 역동적이고 흥분되는 작품"Movie Mezzanine, "거부할 수 없는 유혹"(Vogue) 등 단순히 패션 다큐멘터리를 넘어 완성도 높은 작품성과 감동을 인정받았다.

신비에 싸여있던 크리스찬 디올 런웨이 뒤, 숨막히는 8주간의 패션스토리 <디올 앤 아이>은 2015년 7월 개봉 예정이다. (2015.06.23)

코리아필름 편집부

영화, 음악, 미술, 도서 모든 분야에 명작이 존재하듯, 라프 시몬스의 크리스챤 디올 데뷔 무 대였던 2012년 F/W 오뜨 꾸뛰르는 명 컬렉션이라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이 처음 부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1996년에서 2011년까지 약 10년 동안 크리스챤 디 올을 제 2의 전성기로 이끈 존 갈리아노는 과감하고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으로 매 시즌마다 화제에 올랐던 수석 디자이너였다. 그러나 유대인 모욕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자 크리스챤 디올은 즉시 그를 해고하고 당시 ‘미니멀리즘’ 브랜드 질 샌더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라프 시 몬스에 러브콜을 보낸다. 크리스챤 디올과 라프 시몬스 모두 파격적인 행보였던 셈이다.

보통 오뜨 꾸뛰르를 준비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약 4~6달, 그러나 단 8주 만에 준비한 그 의 크리스챤 디올 데뷔 무대는 ‘시모니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패션계에 커다란 충격 을 안긴 컬렉션이었다. 제프쿤스의 ‘꽃 강아지’에서 영감을 얻어 크리스챤 디올이 생전 좋아 했던 꽃으로 벽을 도배하고 옷에도 꽃무늬를 넣는가 하면, ‘뉴룩’의 바 슈트 라인을 재해석해 크리스챤 디올의 오리지널리티를 완벽하게 이해했으며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설치미술 가 스털링 루비의 작품을 직조에 옮겨 보다 생생한 움직임을 지닌 현대적 드레스를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크리스챤 디올에 대한 오마주가 빛나는 이 무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그 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토록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라프 시몬스의 아름다운 컬렉션을 면밀하게 담아낸 <디올 앤 아이>는 “★★★★”(GQ), “한마디로 패션에 관한 최고의 영화”(Elle Magazine)”, “"눈부 신 작품. 사랑에 빠졌다"(Happer's Bazzar, Justine Picardie), "스펙타클한 쇼"_Vogue Austraila, "정직하고, 정확하고, 힘이 넘친다"(Dazed and Confused), "놓쳐선 안될 단 하 나의 패션무비"(Marie Claire) 등 주요 패션지로부터 머스트 씨 무비로 뽑혔다. 패션계의 교 황이라 불리는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파리 보그 전 편집장 카린 로이펠트를 비롯, 디올의 영원한 뮤즈인 샤를리즈 테론, 마리옹 꼬띠아르, 제니퍼 로렌스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이자벨 위페르, 이외에도 모나코 샤를린 위트스톡 왕비, 도나텔라 베르사체, 루이비통 앙트완 아르노와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부부 등 전 세계 셀러브리티들이 참석해 그의 컬 렉션에 매혹되는 모습 또한 담겨있다. 더불어 탄탄한 영화적 내러티브와 크리스찬 디올이라 는 브랜드 뒤에 숨겨진 진짜 ‘디올’의 얼굴들은 “★★★★★”(The Upcoming), “<디올 앤 아 이>의 심장은 재봉사들이다”(New York Post), “어떤 로고나 단 한 사람이 아닌, 그들이 ‘디 올’이다”(New York Times), “경이로운 장면들”(Screen Daily) 등 영화 전문 매체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며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런웨이가 시작되는 마지막 10분은 “충격적인 아 름다움”(Tank Magazine)이란 무엇인지 어떠한 수식보다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를 지켜 보는 모든 이들은 전율의 무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패셔니스타 지드래곤이 일상은 물론, 무대, 뮤직비디오 등 카메라 앞에서 라프 시몬스의 컬렉션을 입은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되어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실제 크리스챤 디올 수석 디자이너가 되기 이전에도 라프 시몬스는 이미 20대 후반에 자신의 이 름을 건 남성복 브랜드 ‘라프 시몬스’로 아디다스, 프레드 페리 등 캐쥬얼 브랜드와의 활발한 콜라보레이션을 이어가는 등 현대 패션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뽑힌다. 끝없이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일생일대의 도전을 가까운 거리에서 담아낼 수 있었던 감독은 도대체 누 구일까? 참고로 라프 시몬스는 <디올 앤 아이>에서 컬렉션 후 인터뷰에 관하여 이야기를 꺼 내는 홍보 담당자에게 “제가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 중 하나가 촬영 당하는 겁니다. 나한테 는 위협이에요. 낯선 이들과 함께할 땐 특히 더 그렇죠”라고 힘주어 말할 만큼 카메라를 반기 지 않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라프 시몬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프레드릭 청 감독은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존재 일 수 있다. 그러나 <디올 앤 아이>로 로버트 드 니로가 기획한 패션의 본고장 뉴욕 트라이베 카 필름 페스티벌 공식 초청을 받으며 패션계와 영화계 모두로부터 극찬을 받은 탄탄한 내공 의 소유자이다. H&M, 지미추, 페라가모 등 유명 패션 브랜드의 영상 아티스트로 활동해왔던 그는 <발렌티노 : 마지막 황제>라는 작품의 공동 프로듀서와 공동 편집자, 그리고 촬영으로 참여하며 다큐멘터리 작업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패션 여제,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공동 감 독으로 데뷔하며 꾸준히 패션에 관한 작업을 이어왔고, <디올 앤 아이>로 크리스챤 디올 부 띠끄에 입성하게 된다.

패션하우스의 신임 수석 디자이너가 발표하는 첫 오뜨 꾸뛰르는 언제나 세간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라프 시몬스의 크리스찬 디올 첫 오뜨 꾸뛰르는 다른 수석 디자이너들에게 도 영향을 미칠 만큼 혁신적이었으며, 실용적인 오뜨 꾸뛰르 컬렉션 유행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역사적인 순간이기에 더욱 기대감을 모은다. 프레드릭 청 감독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치 열한 예술적 작업을 깊이 있게 담아내 마치 패션스릴러라 할 만큼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낱 낱이 포착했다.

남성복 전문 브랜드를 시작으로 미니멀리즘 브랜드 질샌더에서 여성복에 첫 도전한 라프 시 몬스가 이후 크리스챤 디올 수석 디자이너로서 오뜨 꾸뛰르에 또 한번 도전할 때, 그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만 하는 첫 데뷔 무대 준비과정은 어떤 패션 무비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진귀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디올과 ‘나’ 는 라프 시몬스일까?

<디올 앤 아이>는 한발 더 나아가 1947년 창립한 순간부터 크리스챤 디올을 지켜온 아뜰리에 를 소개한다. 수석디자이너가 6번 바뀌는 동안 크리스챤 디올에서 변하지 않은 단 하나가 있 다면, 바로 아뜰리에일 것이다. 신입부터 40년 넘게 일해온 재봉사까지 그들이 진짜 ‘디올’이 기에, 화려한 캣워크의 백스테이지에 있다 하더라도 “열여덟 살에 디올에서 일하기 시작했 어요. 22년 전이네요. 제 자신을 디올의 아이라고 생각해요. 여기 출신이고 여기서 일을 배웠 고 어느 정도는 제 안의 것을 표현하게 되죠. 은근슬쩍이지만요. 초안을 제가 만드는 거예요. 라프 시몬스가 미세한 부분을 바꾸면 그의 해석이자 비전이 되지요”라는 인터뷰에서 그들 의 자부심과 당당함이 느껴진다. “언제나 시간이 모자라죠”라는 말은 허투루 나오지 않는다. 쇼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수선은 멈출 줄 모른다. <디올 앤 아이>에서 드러나는 주요 갈등 은 기성복을 만들던 디자이너와 오뜨 꾸뛰르를 만드는 아뜰리에가 서로를 맞춰가는 과정에 서 비롯된다. 바느질부터 주름 하나, 장식 하나까지 mm단위로 수작업 해 탄생하는 것이 오 뜨 꾸뛰르이다. 그 모든 작업을 지켜보고 난 후라면, 쇼가 끝날 무렵 라프 시몬스가 무대위로 올라가자 사람들이 “아뜰리에 만세”를 외치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크리스챤 디 올은 패션하우스의 자존심인 오뜨 꾸뛰르에서 아뜰리에를 가장 중요시 여겼는데, 그가 처음 자리잡은 몽테뉴 가 30번지에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만큼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정신 은 단단하다. 그리고 직원들은 여전히 크리스챤 디올을 위해 일하고 그의 영혼이 아직 이곳 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크리스챤 디올이 ‘뉴 룩’을 내놓았을 때, 코르셋의 부활이라는 점과 전시상황에 지나치게 사 치스럽다는 부정적 여론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편견은 아직까지도 이어진다. 다만 크리스챤 디올은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 모든 여성들이 공작 부인이 된 듯, 스스로 아 름답다고 느끼길 바랄 뿐 입니다” 크리스챤 디올은 여성에게 단순히 옷이 아닌 아름다움과 당당함을 입혔다. <디올 앤 아이>는 아뜰리에의 바느질이,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오뜨 꾸 뛰르가 화려한 모델의 캣워크보다 더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음을 더없이 황홀하게 비추어 낸다.

<디올 앤 아이>를 관통하는 감정선을 꼽아보라면 성공을 향한 호기로운 장담보다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불안과 예민함일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세계 트렌드를 바꿀 만큼 영향력이 있 는 사람이지만 그 진취성에 비해 상반된 모습이 의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디올 앤 아이>가 얼마나 생생하게 이 세계를 담았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특히 영화 전반에 흐 르는 크리스챤 디올의 자서전을 토대로 한 내레이션은 일종의 자기고백인데 묘하게도 55년 후 라프 시몬스의 고백과도 겹쳐진다.

<디올 앤 아이>는 “꾸뛰리에인 그는 천여 명의 직원과 수많은 드레스, 언론을 장식하는 사진 들, 그리고 때로는 작은 혁명을 의미”하지만 “나는 사교계의 소란함과 부산스러움, 급격한 변 화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크리스챤 디올이 스스로의 이중성에 대해 서술한 문장으로 시작한 다. 그리고 라프 시몬스는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미니멀리스트로 불릴 만한 상황에 있었던 건 인정해요. 미니멀리즘 브랜드에서 일을 한 건 맞지만 그게 미니멀리즘이 저의 전부라는 뜻일까요?”라고 말한다. 크리스챤 디올을 바라본다는 것은 “과거의 것임에도 여전히 동시대 적임을 깨닫고 놀라는” 과정일 수 있다. 그가 브랜드를 창립하고 10년 동안 발표했던 라인들 은 각각의 개성을 지닌 수석 디자이너들에 의해 재해석 되며 지금까지도 사랑 받고 있다. 과 거가 아닌 현재를 더 로맨틱하다고 생각한다는 라프 시몬스는 크리스챤 디올이 가진 그 현대 성에 매혹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리스챤 디올의 자서전을 읽다가 너무나 자기 얘기 같 아서 무서운 마음에 책을 이내 덮었다고도 말할 만큼, 끊임없이 자신 안의 불안, 그리고 긴장 관계를 ‘옷’이라는 아름다운 작업물로 승화시키는 디자이너의 숙명은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 어지고 있다.

그래서 감독은 패션계의 표면적인 화려함을 완전히 걷어낸 후, 계속해서 자신의 가치를 증 명해야만 하는 어떤 예술가에 대해 그린다. 낯선 환경에서 완전히 식구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실패할까 두려워하는 모습, 그러나 결정 적인 순간 파격적인 도전을 밀어붙이는 용기까지. 결국 그 모든 중심엔 사람이 있다. 사람들 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컬렉션이라는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무척 흥미 롭다. 이는 패션계에 남다른 깊이를 가진 프레드릭 청 감독이기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그들의 표정을 읽어낼 수 있던 것일 테다. 여전히 유령처럼 아뜰리에에 남아 라프 시몬스를 바라보고 있는 크리스챤 디올, 그리고 그의 흔적을 찾아 크리스챤 디올 생가에 찾아간 라프 시몬스, 이들의 미묘한 순간과 감정들은 이내 아뜰리에의 재봉사들의 손길에서 만나 결과물 로 탄생한다. 다시 말해 감독은 크리스챤 디올의 전통이란 결국 백스테이지에서 비전을 완성 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손길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디올 앤 아이>는 그래서 어느 순간 패션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한 분야의 장인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패션에 관심이 있든 없든, 절대로 봐야 하는 영화”(Flicks.co.nz)라는 평가를 받은 이유이다.

<발렌티노 : 마지막 황제>의 공동 제작, 공동 편집, <패션 여제,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공동 감 독 등 패션과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으며, 첫 단독연출작인 <디올 앤 아이>로는 보기 드문 영화적 깊이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극찬을 받았다.

Filmograph
<발렌티노 : 마지막 황제>(2008) 공동 제작, 공동 편집
<패션 여제, 다이애나 브릴랜드>(2011) 공동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