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야 산다'

영화의 오프닝은 때로 영화의 성격을 좌우하거나, 성패를 예상하게끔 한다.
[뚫어야 산다}에서 보여지는 오프닝은, 결론적으로 유치하고 졸렬하기까지 하다.
신물나는 말장난과 어설픈 액션, 무엇보다도 어이없는 캐릭터의 설정은 앞으로 펼쳐질 영화를 가늠하게 만든다. 그리고 예상대로 영화는 오프닝의 성격 그대로 더없이 유치하고 졸렬한 형상으로 스크린을 도배질 한다.

캐릭터들은 대부분 익히 TV와 영화에서 보았던 캐릭터 그대로 옮겨지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이 영화는, 코믹한 설정 역시 새로움을 찾기 어려운 진부함 속에서 허덕이며 때로는 과장과 때로는 억지로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운 웃음보다는 씁쓸한 웃음을 선사하기 바쁘다.
단지 몇 장면은 재미있지만, 이 몇 장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과연 이 영화가 2002년에 제작된 영화인지 의구심이 일정도로 나태하고 한심한 완성도를 드러낸다.

치기 어린 웃음의 코드와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 답습의 절정을 이루는 캐릭터 속에서 이 영화는 관객을 기만하는 어이없는 영화라고 단정지을 수밖에 없음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이 영화가 시나리오작업과정에서 과연 진지한 고찰이 한번이라도 있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뚫어야 산다],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피해야 산다'라고 말해야 함이 많은 스텝들의 땀과 열정을 생각하면 애석하기 그지없을 따름이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