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

영화 <데이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거리의 화가 혜영(전지현 분)의 티없는 미소를 보고 사랑에 빠진 킬러 박의(정우성 분)와 국제경찰 정우(이성재 분)의 서로 엇갈린 사랑과 비극적 운명을 세 인물의 시점을 넘나는 독백 속에 담았다.

영혼까지 화약 냄새에 젖어버린,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져서는 안되는 킬러 처음 사람을 죽인 날, 티없는 혜영의 미소를 보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음을 알기에 데이지 화분을 매일 전달하며 마음을 전한다. 개인전시회를 준비하며 광장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혜영은 얼굴을 모르지만 데이지꽃을 보내는 그에게 사랑을 키워간다. 어느 날 그녀 앞에 범죄조직을 추적하던 국제경찰 정우가 데이지 화분을 들고 나타난다. 정우는 범인을 감시하기 위해 광장 복판의 혜영에게 초상화를 부탁하지만 혜영은 그가 자신이 기다리던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본 순간, 정우 역시 처음 느끼는 떨림과 마주치고 차마 자신이 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고 침묵한다. 둘의 사랑도 잠시, 정우를 노리는 범죄집단의 총격사건이 발생하고 총상을 입은 혜영은 목소리를 잃고 정우는 그 충격으로 한국으로 떠난다. 한편, 혜영과 정우의 사랑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는 박의는 그만 슬픔에 잠겨있는 혜영 앞에 나타나 그녀를 감싸안는다. 하지만 얼마 후 혜영에 대한 죄책감과 킬러를 잡기 위해 정우가 다시 돌아오고 박의에게는 암살타겟으로 정우의 사진이 배달되면서 둘은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에 놓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여자와 신분을 숨기고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 두 남자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의 결말은 어쩔 수 없이 비극으로 치닫게된다. 뻔한 내용이지만 영화는 세 인물의 시선과 독백 그리고 음악으로 사랑에 대한 설렘과 엇갈린 사랑의 아픔을 끌어낸다. '기적처럼 기다리던 운명의 사랑을 만났지만 그 사랑을 말할 수 없는 세 사람'이라는 이야기 자체가 슬픔을 자아내기 하지만, 인물과 상황의 사실성이 떨어지며 이야기의 비약도 심해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세 인물의 시점을 넘나들며 반복되는 장면 역시 감정을 증폭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밀도있고 섬세하게 그려내기보다는 지나친 음악과 영상미에만 의존한 것도 실망감을 안겨준다. <여친소>에 이은 전지현을 위한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받아들지는 의문이다. 한편,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데이지'는 박의와 혜영의 첫사랑의 상징이자 혜영과 정우를 만나게 하는 매개물이며 박의가 유일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꽃말은 '숨겨진 사랑'이다.

2004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창립작으로 <얼굴없는 미녀>, <새드무비> 등을 제작한 영화사 아이필름(대표 정훈탁)이 다섯 번째 작품 <데이지>는 쇼박스 배급을 통해 오는 3월 9일 개봉된다.

한편,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획된 영화 <데이지>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곽재용 감독이 각본을 쓰고 <무간도> 시리즈의 홍콩 유위강 감독이 연출과 함께 공동촬영을 맡았다. 여기에 한류 열풍의 주역인 전지현과 정우성의 출연과 유위강 감독의 분신과도 같은 <스파이더맨 2>와 <매트릭스 2,3> 등에도 참여, 최근 헐리웃에서 가장 인정받는 임적안(Dion Lam) 무술감독, <화양연화><연인><2046>의 일본 우메바시 시게루(Shigeru Umebayashi) 음악감독, <오션스 트웰브><본 아이덴티티>를 진행한 네덜란드의 바킹도그 필름 등이 가세했다.

2006.03.06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