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연출, 톰 히들스턴, 제시카 차스테인, 미아 와시코브스카 주연의 영화 <크림슨 피크>가 티저 예고편을 최초로 공개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연출, 톰 히들스턴, 제시카 차스테인, 미아 와시코브스카 주연의 <크림슨 피크>가 티저 예고편을 최초로 공개했다. <크림슨 피크>는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비밀 저택 '크림슨 피크'에 들어가게 된 소설가 이디스(미아 와시코브스카)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스릴러로, 이번 티저 예고편은 이디스가 약혼자 토마스 샤프(톰 히들스턴)와 함께 '크림슨 피크'에 들어간 뒤 미스터리한 일을 겪게 되는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고풍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음산한 '크림슨 피크'의 전경과 꿈인지 현실인지를 알 수 없는 몽환적인 영상들은 앞으로 이디스가 겪게 될 일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함께 공개된 스틸 역시 의미심장하다. 머리를 풀어헤친 채 피를 묻히고 있는 이디스와 무언가를 훔쳐 보는 듯한 여인(제시카 차스테인), 그리고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토마스와 그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은 세 사람 사이의 관계와 '크림슨 피크'에 숨겨진 비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퍼시픽 림> 이후 2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연출은 물론, 제작, 각본까지 도맡아 다시 한번 자신만의 독보적인 색깔을 더욱 뚜렷이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의상, 세트는 물론 소품 하나까지도 감독이 직접 디자인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완성도 높은 비주얼은 '크림슨 피크'만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며 관객들을 매혹시킬 것이다. 여기에 <토르><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톰 히들스턴과 <인터스텔라><헬프>의 제시카 차스테인, <스토커>의 미아 와시코브스카, <퍼시픽 림>의 찰스 헌냄 등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들이 선보이는 팽팽한 긴장감은 올 가을, 관객들에게 절정의 스릴을 선사할 예정이다.

티저 예고편을 공개해 기대를 모으는 영화 <크림슨 피크>는 2015년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15.02.26)

코리아필름 편집부

매 작품마다 관객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황홀한 미장센을 창조해온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의 새 영화 <크림슨 피크>는 그가 제작은 물론, 각본과 연출까지 모두 맡아 완성한 마스터피스. 그래서인지 델 토로 감독 특유의 색깔이 화면 곳곳에 넘쳐나는 독특한 판타지 스릴러 영화이기도 하다.

요정과 난쟁이, 거인 같은 초자연적 인물들이 나오는 동화와 로맨스가 담긴 고딕 소설에 공포라는 장르까지 잘 녹아 들어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에서 출발한 <크림슨 피크>는 감독이 어릴 적 읽었던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Bluebeard's Wives)'과 셰리단 레파뉴의 고딕 소설 '사일러스 아저씨(Uncle Silas)'의 스토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여기에 기존 델 토로 감독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에로틱함을 가미, 19세기를 무대로 한 고딕풍 판타지 스릴러로 틀을 잡았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판타지적인 세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감독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상상력의 실현이었다. 이를 위해 감독은 꼬박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나리오를 다듬고 세트와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거듭했다. 자신의 상상력을 단순히 CG로 만들어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딕 양식의 건축물과 빅토리아 시대의 미술, 로마네스크 양식을 구현해냄과 동시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괴하고도 음산한 <크림슨 피크>만의 세계를 창조해 낼 수 있었다. 2013년에 공개된 SF 액션 블록버스터 <퍼시픽 림> 이후 2년 만에 완성된 <크림슨 피크>는 이렇게 감독의 상상력을 고스란히 재현해낸 압도적인 영상미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황홀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욕망과 순수, 사랑과 광기 사이, 비밀에 가려진 판타지 스릴러 <크림슨 피크>. 판타지 장르에서 이미 마스터클래스의 위치에 있는 델 토로 감독이 보여줄 또 하나의 완벽한 판타지 스릴러의 실체를 직접 확인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함께 작업해야 하는 배우들의 명단이 들어있다. 단언컨대 이번 영화에서 함께한 배우들은 나에게 최고의 경험이었다, 다시없을 환상의 캐스팅이다"라는 델 토로 감독의 말처럼 <크림슨 피크>에서 배우들의 연기 호흡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토르>와 <어벤져스>의 히어로 톰 히들스턴은 감독의 정교한 각본과 캐릭터의 '도덕적 모호함'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길예르모 감독이야말로 판타지 장르를 가장 잘 창조해내고 해석해 낼 수 있는 감독일 뿐 아니라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루는 가장 뛰어난 연출가"라고 격찬했다. 여기에 사려 깊고 과묵하며 세심하고 지적인 캐릭터이자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 해설자 역할을 맡은 찰리 허냄 역시 <퍼시픽 림> 이후 감독과의 두 번째 호흡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크림슨 피크>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생존과 더 나아가 사랑을 위해 싸우는 강한 여성들로 각각 빛과 어둠, 나비와 나방이라는 대조되는 특징을 잘 담아낸 미아 와시코브스카와 제시카 차스테인이다. 두 여배우 모두 배역의 난이도에 관계 없이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하며 스타덤에 올랐고 팀 버튼, 크리스토퍼 놀란, 리들리 스콧 등 언제나 거장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실제로 제작자 캘럼 그린은 <크림슨 피크>의 첫 리허설 현장에서 이들을 봤던 때를 떠올리며 "그녀들은 장면에 뭔가를 더하면서 연기했고, 우리를 놀라게 했으며, 캐릭터에 완벽하게 공감하고자 하는 열망이 그 자리에서 온전하게 느껴졌다."고 전한다.

극 중 이디스를 연기한 미아 와시코브스카는 한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에서는 톰 히들스턴과 나와의 애정 씬이 있었고, 그 장면의 촬영에서 감독은 연기자인 나보다도 오히려 더 긴장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애정 씬을 더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 밝히면서 델 토로 감독의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에로틱한 장면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며, 두 배우의 연기 호흡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들의 열연 덕분에 <크림슨 피크>의 캐릭터들은 진정성을 부여 받았고, 관객들은 살아있는 감정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크림슨 피크>에 등장하는 톰 히들스턴, 미아 와시코브스카, 제시카 차스테인은 이미 연기력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배우들이다. 섹시하고 로맨틱한 매력으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 층을 거느리고 있는 톰 히들스턴, <인터스텔라> <마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제시카 차스테인,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미아 와시코브스카는 모두 연기에 대한 한결 같은 찬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각각 '욕망과 사랑, 순수와 어둠, 광기와 집착'이라는 다면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들로 스릴 넘치는 전개 속에 세 사람 사이에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을 한껏 선사한다.

세 인물 모두 이전의 어떤 역할보다 복잡한 심리를 가진 인물들이라 연기하기 제법 까다로운 캐릭터였지만, '디테일의 대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만의 '캐릭터 전기(Character Biography)'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연기가 수월했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캐릭터 전기'는 델 토로 감독과 작업하는 모든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기도 한데, 여기에는 캐릭터의 탄생 시점부터 시작해 캐릭터의 별자리,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냄새, 옷차림은 물론 심지어 혼자 있는 시간에 어떤 음악을 듣는지 까지 상세하게 담겨 있다고 한다.

델 토로 감독은 "캐릭터 전기는 단순한 받아쓰기가 아닌 깊이 있는 연기를 위한 것이고 이야기에 영감을 주는 공통 언어다. 완전히 고독한 두 인물이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면 캐릭터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대본을 쓰기 전에 캐릭터 전기를 쓰면 살아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진다"고. 뿐만 아니라 감독과 배우 사이에 또는, 배우들끼리도 상대배우가 왜 저렇게 연기하는지, 왜 저런 느낌을 만들어내는지 알 수 없을 때 서로를 이해하고 규칙을 설정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 속 등장인물이 그저 러닝타임 내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살아있는 인물로, 그들이 나누는 한마디 대사 외에도 눈빛, 몸짓을 통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전달받을 수 있는, 우리 주변 살아 숨쉬는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기괴한 상상력과 스산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대 저택 '알러데일 홀'은 <크림슨 피크>에서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대형 선박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실재하는 구조물 중에서는 영화를 위한 완벽한 건축물을 찾아낼 수 없었던 프로덕션 디자이너 토마스 E 샌더스와 델 토로 감독은 결국, 이 거대한 세트를 직접 짓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프리 프로덕션 시작 12주 전 샌더스는 단지 모형 제작을 위해 6천 미터가 넘는 길이의 대형 트레일러와 함께 토론토에 나타났다. 그리고 건축가, 실내 장식 담당자들과 함께 6개월 넘게 일하면서 거대한 규모의 세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곳이 실제 살아 숨쉬는 저택이라고 착각하게 하려면 카메라 각도, 각각의 벽과 통로의 스케일, 마감 디테일까지, 설계 역시 꼼꼼해하게 짚어내야 했다. 그를 위해 로비, 웅장한 계단, 주방, 석탄 보관 공간, 부엌방, 엘리베이터, 넓은 홀과 위층까지 이르는 외관이 필요했는데, 그 결과 2층과 3층의 다락방까지 이어진 2만 1천 여 미터의 통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어떤 프로덕션 디자이너도 이정도 규모의 모형을 만들어 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영화의 스타일에 적합한 로케이션 장소를 찾는 것 역시 또 하나의 도전이었고, 여러 후보지 중에서 선택된 곳은 캐나다 북부의 토론토에 위치한 빅토리아 칼리지였다. 본격적으로 촬영이 진행되기 몇 개월 전부터 거의 모든 스텝들이 현장으로 이동했지만, 영화의 주요 배경인 '알러데일 홀'을 설치할 즈음의 캐나다 땅은 완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캐나다의 추위는 상상을 초월했고,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는 4월 이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야만 했던 스텝들은 결빙과 해빙을 경험하며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 얼어붙은 땅 위에 판타지 월드를 세우기 위해서는 하루 14 시간 이상씩 페인트칠과 건축 작업이 계속 되었는데 거의 자연재해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덕분에 모든 세트 장비와 장식품 등의 소품을 현장으로 옮기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3주에 걸쳐 무대 팀의 세팅이 이루어졌고 대망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붉은 진흙이 새하얀 눈 아래서 스며 나오는 신비하고 스산한 장면들은 눈이 녹기 시작하는 토론토의 겨울이 만들어준 명장면이다.

결국 완성된 세트에 도착한 톰 히들스턴, 제시카 차스테인, 그리고 미아 와시코브스카 모두 입을 모아 거대한 세트장의 스케일에 압도당했다고 한다. 현대 영화 제작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특별하게 직접 만들어진 세트이기에 그린 스크린은 거의 없었고, 배우들 역시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세트 작업을 함께 한 브랜트 고든은 "하루는 델 토로 감독이 상상의 쇳물이 그려진 일본 책을 들고 왔는데 거기엔 청록색 벽이 있었다. 그걸 보고, 그의 판타지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는 방대한 자료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실제로 델 토로 감독에게는 벽에 칠해진 캐릭터, 기둥의 모양, 오래된 실내 장식 모양, 정교하고 값비싼 장소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방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는 과거 자신이 작업한 영화와 더불어 수많은 책을 비롯한 다른 기본 자료들을 팀에 알려주며 저택의 느낌과 색채를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조각가, 미장이, 실리콘 제작 담당자 등 120명이 넘는 스텝들이 현실적으로 구입하기 불가능한 빅토리아 시대 작품의 점토 모형을 탄생시켰다. 점토 모형은 틀을 이용해 제작되었고 작품들은 필요할 때마다 재생산되었다.

하지만 알러데일 홀은 거대하기만 한 세트가 아니었다. 천장이 있고 모든 방을 연결하는 통로로 이루어진 완전한 집으로 세트 10개를 합친 것과 같은 규모였고, 이 완전한 형태의 저택은 다양한 소품들로 채워졌다. 별도의 디지털 수정이 필요 없이 집안 내부의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카메라가 이동할 수 있었고 이런 점은 촬영에 있어 역동성을 부여했다.

디자인 요소에는 감독이 저택 전체에 걸쳐 포함시키기 원했던 나방도 포함된다. 작가와 감독에 따르면 "이 집은 살아 숨쉬고 있어야 했다." 샌더스는 벽면이 집의 피부 역할을 하며 갈라진 틈으로 살이 드러나도록 제안했다. 바닥과 벽에서 붉은 흙이 피처럼 흘러내리게 하기 위해 이에 적합한 점성과 색감, 모양을 찾아냈다. 이러한 효과로 살아 숨쉬고 피가 흐르는 집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었다.

심혈을 기울여 제작된 드레스들은 <크림슨 피크>를 보는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의상 디자이너 케이트 호리는 <크림슨 피크>의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전, 델 토로 감독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제안을 받는다 "의상 제작은 건축물 디자인과 함께 진행될 것이고, 등장인물들은 저택 그 자체여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감독은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데 있어 색채를 통해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 세계를 원했다.

감독의 의도대로 호리는 우선, 이야기가 시작되는 무대 미국 버팔로를 황금빛 세상으로 표현했다. 1890~1900년대의 산업화와 더불어 엄청난 부가 표현되는 세상이자, 곳곳에서 드러나는 가을 색채의 느낌을 풍부한 색으로 담아낸 것이다. 반면, 이디스가 결혼 후 살게 된 알러데일 홀의 세계는 쇠퇴하는 귀족층이라는 특징과 빈털터리, 황량한 모습으로 버팔로와는 대조되는 청록색의 차가운 청색과 눈으로 뒤 덮여있는 세상을 표현했다.

이디스와 루실은 각자의 의상에서도 상반된 테마를 반영하고 있는데, 이디스가 '나비'라면 루실은 '나방'인 셈이다. 이디스의 경우 영화 초기에 금색, 갈색 드레스를 입다가 토마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금빛 색채는 점점 밝아지고 풍부해지며 천(fabric)에서 섬세한 톤이 드러나도록 표현했다면, 루실의 옷은 버팔로에 처음 등장할 당시부터 주변을 감싸는 황금색 톤과 대조를 이루는 청록색으로 어두운 그림자처럼 두드러지게 표현되었다. 마치 어두운 미스터리에 쌓인 이방인처럼. 그리고 알러데일 홀에 돌아온 이후부터는 점점 퇴색된 청색으로 변해가다 마침내는 카멜레온처럼 저택 벽면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그를 위해 세트 장식용 디자인이 그녀의 드레스에 차용되었는데, 장식으로 달린 잎사귀와 덩굴, 동물 발톱 모양의 도토리는 저택의 복도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앙상해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마치 피부처럼 딱 들어맞고 버슬(bustle, 드레스 허리 받이)과 옷자락은 그녀가 절대 떠날 수 없는 저택의 탯줄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이디스 역시 알러데일 홀에서 지내는 동안 차츰 생기를 잃고 연약해지는 모습이 의상에도 그대로 반영되는데, 마치 퇴색된 번데기처럼 소매는 점점 줄어들어갔고, 섬세하게 레이어드된 잠옷의 디자인과 질감만으로도 그녀가 처한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된다.

특히, 저택을 배경으로 선 이디스와 루실, 그리고 토마스의 연약하고도 황량한 실루엣은 저택의 모습과 꼭 닮아있으며 바로 집 자체를 입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영국 귀족인 토마스 샤프는 어딘가 통제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이다. 진흙채굴용 발명품에 대한 투자를 받기 위해 미국의 부호인 카터 쿠싱을 찾은 토마스는 우울하지만 신비한 매력을 지닌 이디스 쿠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디스의 마음을 얻은 토마스는 그녀에게 청혼하고 둘은 함께 영국의 저택 알러데일 홀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누나 루실과의 미묘한 관계가 시작되면서 저택에는 광기의 기운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과거를 품은 토마스와 루실, 유령과 망자들의 경고를 듣고 비밀에 접근해 오는 이디스로 인해 토마스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어벤져스>와 <토르>의 루키 역으로 이미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오른 톰 히들스턴이 선택한 <크림슨 피크>는 그의 명성만으로도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다. 짐 자무쉬의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 미아 와시코브스카와 함께 출연했다.

10살 때 어머니가 사망하면서부터 이디스는 과거로부터의 망령과 미래에 대한 환영에 시달린다. 외부세계와는 고립된 채 초자연적인 존재에 매혹된 그녀는 소설가의 꿈을 키우는 한편, 빅토리아 시대 말 진보적 사고의 자유를 갈망하는 여인으로 성장한다. 어머니의 유령과 경고에 대한 기억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이디스 앞에 신비한 매력의 영국 귀족 토마스가 나타나고 그와 함께 '크림슨 피크'라 불리는 저택으로 향한다. 영국의 대 저택 알러데일 홀의 그림자에 도사리고 있는 영혼들이 그녀에게 보이면서 붉은 벽에 묻혀 있는 비밀에 접근해간다.

미아 와시코브스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스토커> 등으로 국내 관객에게 익숙하다. <크림슨 피크>에서 미아는 유령을 보는 능력 때문에 괴로워하는 불안함을 연기하는 동시에 두려움과 비밀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당차고 용감한 이디스 쿠싱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과거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광기로 토마스의 삶에까지 집착하는 루실 샤프는 거대한 저택 알러데일 홀 그 자체이다. 나비와 나방을 수집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저택 밖으로는 나가지 않던 어린 시절을 보낸 루실은 토마스와 비밀스러운 과거를 공유함으로써 삶을 유지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토마스가 사랑하는 여인 이디스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오자 감정의 동요가 시작된다.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과 광기에 사로잡힌 루실은 결국 모든 이를 파국으로 몰고 가기에 이른다.

<인터스텔라> <마션>의 히로인 제시카 차스테인은 <크림슨 피크>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루실을 연기한다. 델 토로 감독이 제작한 <마마>에서 함께 작업했으며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이디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온 의사 앨런. 이디스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그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극적인 도움을 준다. 과학적 지성인임과 동시에 초자연적인 현상에 매료되어 있어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찰리 허냄은 <퍼시픽 림>에서 델 토로 감독과 함께했으며 가이 리치 감독의 <아서왕>을 촬영 중이다.

1965년 멕시코시티 출생.
멕시코에서 TV 프로그램 제작과 감독으로 활약하던 중 1997년 <미믹>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할리우드 진출 전에 연출한 중세 고딕 스타일의 흡혈귀 영화 <크로노스>로 칸느 영화제 비평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블레이드 2> <헬보이>를 연출하면서 흥행 면에서도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고, <악마의 등뼈> <판의 미로>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퍼시픽 림> 등의 영화로 할리우드 거장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다.

길예르모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제작과 극본으로도 뛰어난 천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피터 잭슨의 <호빗> 시리즈의 각본가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마마> <가디언즈> <비우티풀> 등의 제작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크림슨 피크>는 2007년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이후 델 토로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판타지 스릴러 장르의 영화로 자신의 주 특기 장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과감한 상상력과 인간 내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이 이번 <크림슨 피크>를 통해 유감없이 보여진다.

Filmography
<퍼시픽 림> <판의 미로> 감독 / <호빗> 시리즈 각본 / <장화 신은 고양이> <쿵푸 팬더2> 기획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