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관한 담론...

근10년만에 두 번째 영화를 선보인 시인 유하.
이번에는 자신의 시집이 아닌, 이만교의 소설[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영상으로 옮겼다.

결혼시즌이 찾아오는 즈음에 그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다. 결혼이라는 제도의 딜레마를 '연희'와 '준영'이라는 캐릭터의 사랑이야기로 해부하고 나아가서 담론을 제기하려한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만들어 놓은 획일성과 몰개성적인 현상을 타파해야한다고 말한다. 일직선의 결혼제도가 아닌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결혼의 모습을 찾아야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담론을 이끌어내기를 희망한다.

두 남녀의 연애담은 '준영'이 화자로 분하여 진행되지만, 정작 영화의 주체적인 흐름은 '연희'에게로 몰려있으며 '준영'은 그저 연희에게 속한 수동적인 인물로만 비춰진다. 기존의 멜로드라마가 그리던 주체인 남성은, 이 영화에서는 객체이면서 동시에 수동적이다. 흐름의 주도는 여성에게 있고 영화의 진행과정 역시 여성의 선택에 달려있다. 즉, 이 영화는 획일적인 멜로드라마의 형식을 거부하면서 동시에 획일적인 결혼제도에 반기를 든다.

경제적인 논리가 지배하는 결혼제도에 충분히 충실하면서도, 그것을 이용하고 완벽한 반칙을 범하는 '연희'를 통해서 결혼제도의 과대 포장된 껍데기를 뜯어버리고 변질되어버린 실체를 직시하라고 말한다. 결혼은 아니 결혼'제도'는 더 이상 사랑의 완성이거나 결실이 아닌 구시대적인 족쇄일지 모른다고 화두를 제기하는 것이다. 마치 제목처럼 말이다...결혼은, 미친 짓이다.

하지만, 영화가 던지는 화두와는 상이하게 영상은 담백하다 못해서 고루하다. 시인의 작품인 만큼 대사는 맛있게 정갈하고 깔끔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배우들의 설익은 모습이 맛을 현저하게 저하시킨다. 그리고 획일적이고 어설픈 조연들의 캐릭터 또한 설익은 맛을 더욱 입가에 맴돌게 만든다. 아쉬움이 남지만...화두의 제기는 적절하고, 담백한 대사와 상황은 재미있다. 결혼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 땅의 모든 남녀에게 한번쯤은 권해봄직한 영화임에는 틀림없겠다.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코리아필름 정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