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현실 속에서의 낯설은 연애담

영화 <연애>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한 주부(전미선 분)가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래방 도우미를 하게 되면서 겪게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산 외곽의 옥탑방에 살며 두 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어진은 전화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돈을 받지 못하는 곤경에 처하게되고 다행히 김여사의 도움으로 돈을 받게되고 그녀로부터 노래방 도우미라는 새로운 제안을 받는다. 고민 끝에 노래방 도우미로 나가게 된 어진, 하지만 단순한 술 시장 이상의 서비스가 요구되자 죄책감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된다. 그러던 중 마음을 설레게 하는 남자 손님, 민수(장현성 분)를 만나게 되고 연애에 감정을 가지게 되지만, 그에게도 결국 이용당하고 무참하게 짓밟힌다.

영화는 남성이 중심이 되어 성을 상품화하는 가부장제적, 자본주의적 사회구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유린당할 수밖에 없는 한 여성의 삶과 공허한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다. 감독의 안정된 연출력과 전민선을 비롯해 장현성, 김지숙, 오윤홍 등의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인 내용과 달리 캐릭터간의 설정은 다소 비약적이고 지나친 폭력장면과 파격적인 '쓰리섬'(2+1섹스) 장면은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깨고 있다. 또, 뒤늦은 연애를 통해 내면 속 자아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삶을 극복해간 듯 보였다가 민수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고 여전히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결말은 아귀가 맞지 않아 모호할 뿐이다. 여전히 남자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영화 속 여자들의 모습은 안타까울 뿐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연애의 목적>에 이어 싸이더스FNH가 내어놓은 최종 연애담 <연애>는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을 통해 12월 9일 개봉된다.

2005.11.22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