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최초 민간 여류비행사의 불꽃같았던 삶과 사랑

1년여의 제작기간과 중도에 제작사가 바뀌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완성된 <청연>은 33살에 고국 비행에 나섰다 불의의 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한 한국 최초의 민간 여류 비행사 박경원(1901~1933)의 삶을 극화한 작품으로, 하늘을 향한 꿈 하나만으로 17세 나이에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우연곡절 끝에 비행사가 된 박경원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랑을 그린다. 한국 최초의 민간 여류 비행사가 된 박경원이 고국비행의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과 한지혁과 사랑이 중심 축으로 전개된다.

<바람의 파이터>, <역도산>가 일제 감정기 때 한국인 영웅들의 모습을 그렸다면, <청연>은 여류비행사라는 영웅적인 모습보다는 꿈을 이루려고 하지만 시대의 비극 때문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한 개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일본 비행사로 하늘을 날았던 박경원의 모습이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수 도 있지만 여자로 태어났으나 여자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으나 결국 하늘에서 세상을 떠난 그녀의 모습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충분한 공감을 끌어낸다. 역사적 고증과 영화적 픽션을 적절하게 가미한 드라마와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완성해낸 항공촬영은 주목할만하며 그 완성도도 뛰어나다. 경원이 기베와 목숨을 걸고 경쟁을 벌이는 비행 신과 중반부의 20여분의 비행대회 신은 긴박감 넘치고 실감난다.

반면, 개연성 없는 등장인물들의 만남과 지나친 영화적 설정은 이 영화가 주는 진정성을 다소 떨어뜨린다. 과연 일장기를 들고 일만친선(日滿親善) 비행을 오른 박경원이 친일파인가 아닌가에 대한 물음과 평가는 전적으로 관객들의 몫이다. 한편, 영화의 제목인 '청연'(靑燕)은 제비가 유난히 많았던 고향의 들판을 늘 그리워했던 박경원이 고국방문 비행 때 조종한 복엽기의 이름으로, 푸른 제비를 뜻한다.

<소름>의 윤종찬 감독과 장진영이 다시 만난 <청연>은 오는 12월 29일 개봉한다.

2005.12.21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