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회복과 치유를 기이한 상상력과 형식으로 풀어낸 독특한 영화

영화 <빈 집>은 남편의 폭력과 집착으로 유령처럼 살아가던 여자 ‘선화’(이승연 분)가 어느 날 전단지를 붙이며 빈집을 찾아 살아가는 정체불명의 남자 ‘태석’(재희 분)을 만나 함께 집을 탈출해 빈집을 찾아다니면서 조금씩 행복한 느낌과 새로운 사랑을 알게된다는 내용을 대사가 거의 없는 형식과 기이한 상상력으로 판타지하게 그리고 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고 삶의 의미를 상실한 한 여자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로도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정체불명의 남자의 존재는 도피하고픈 혹은 무언가 또 다른 희망을 바라는 여자의 환상으로 느껴지며 기묘한 동거로 끝나는 파격적인 설정의 엔딩을 가능케 한다. 공허하고 단절된 마음과 삶의 회복과 치유를 빈집이라는 공간과 침묵을 통해 풀어낸 방식이 돋보이며 이전의 김기덕 감독이 보여줬던 강렬한 이미지나 파격적인 소재는 아니지만 비일상적인 인물과 그들의 관계, 사건들은 여전하며 삶의 의미를 대해서 꾸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색깔이 충분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특히 김기덕 감독만의 주제의식에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와 세련미가 더해져 감독의 작품들 가운데 단연 최고다. 이밖에 극중 유령 같은 남자 태석으로 분해 인상적인 눈빛 연기를 선보인 재희라는 연기자의 발견은 값지다.

반면 여전히 낯선 인물들과 이야기는 관객과의 소통을 어렵게 한다. 또한, 올해 초 '종군위안부 누드’로 사회적 물의와 파문을 일으켰던 이승연이 자숙하지 못하고 다소 이른 시기에 영화에 출연했다는 부분은 영화의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극중 경찰관에게 전화 받는 남편의 즉각적인 반응과 자신의 빈집에 들어온 태석을 권투 글로브를 끼고 때리는 장면 등은 다소 생뚱맞게 보인다.

김기덕필름이 제작하고 청어람이 배급하는 <빈 집>은 오는 10월 15일 전국 개봉한다. 한편, <빈 집>은 개봉에 앞서 오는 23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하이퍼텍 나다에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을 기념해 특별상영한다. 또한,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돼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2004.09.21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