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아홉 살의 유학생의 빗나간 욕망

2005년도 영화진흥위원회와 KBS의 방송영화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된 저예산 HD영화 <여름이 가기 전에>는 자신을 좋아하는 고시생 재현(권민 분)을 제쳐두고 매력적이지만 이기적인 이혼남인 외무관 민환(이현우 분)에게 매달리고 집착하는 스물 아홉 살의 유학생 소연(김보경 분)의 심리와 빗나간 욕망을 섬세하게 그린다. 유학생이라는 자신의 신분처럼 어느 한 남자에게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며 혼란스러워 하는 한 여자의 감정과 상실감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해지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사랑의 이중성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포착해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또 극히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사람의 관계를 통해 끝이 보이면서도 좀처럼 포기할 수 없는 복잡한 사랑의 심경, 그리고 연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내뱉는 거짓말 등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모순된 심리가 절묘하게 포착돼 있다. 특히 나쁜 남자로 변신한 이현우의 모습이 눈에 띈다. 그는 특유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목소리로, 차갑지만 매력적인 민환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밋밋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오랜만에 개봉하는 여성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유학생, 외무관, 고시생 등 겉멋 든 이들의 이야기는 깊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2007년 저예산 영화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여름이 가기 전에>는 1월 25일, 서울 필름포럼, CGV 인디영화관(강변·상암·서면·인천) 등 5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2007.1.08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