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유부녀의 활력찾기

영화 <바람피기 좋은날>은 뻔뻔하고 대담한 유부녀 '이슬'과 내숭 100단의 귀엽고 청순한 유부녀 '작은새'의 불륜을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당황하지 않는 대담 명랑 유부녀 '이슬'(김혜수 분)과 본심은 절대 내보이지 않는 내숭 100단의 유부녀 '작은새'(윤진서)는 각각 과거 딴 여자와 3년 동안 바람 핀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말없는 경찰 남편으로 인한 외로움 때문에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남자들과 불륜에 빠져든다. 자유로운 바람을 꿈꾸는 이슬은 어리버리하고 순진한 대학생(이민기 분)과 가슴 떨리는 연애가 그리운 작은새는 작업고수 펀드매니저 ‘여우두마리’를 만나 아슬아슬한 외도를 감행한다. 이후 바람 현장을 남편에게 들켜버린 이슬의 좌충우돌 추격전이 펼쳐지고, 작은새도 얼떨결에 이들과 엮이게 된다.

기존의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와는 달리 죄의식과 욕망보다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의지나 열망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두 유부녀가 불륜 속에서 새로운 삶의 활력과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에 집중한다. 이에 러닝타임 절반이 베드신이지만 영화는 자극적인 노출보다는 두 불륜 커플이 벌이는 애정행각이 주를 이룬다. 불륜이라는 무게의 소재를 유쾌하고 코믹한 터치로 가볍게 풀어나간 점은 나쁘지 않지만, 불륜을 통해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는다는 발상과 과거에 남편이 바람을 폈기 때문에 자신의 바람을 정당화시키는 이슬과 아무런 죄의식 없이 바람을 피우는 작은새의 모습은 요즘 세태를 반영한 것일지 모르지만 너무나 단순하고 안이한 발상이며 쉬이 공감이 가질 않는다. 또 그녀들의 문제는 진전되지 않고 군데군데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잘 드러나질 않는다. 반복되는 에피소드와 비약이 눈에 거슬리지만 상반된 두 커플의 코믹한 애정행각과 엉뚱한 대사, 그리고 네 배우의 환상의 커플연기가 적절하게 어울려져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섹시함이 넘치는 김혜수와 청순함과 내숭이 동시에 공존하는 묘한 매력의 윤진서, 사랑도 연애도 쿨한 작업고수 이종혁, 어리버리한 순진남 이민기 등 캐릭터에 딱 맞아떨어지는 캐스팅과 배우들의 기대 이상의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운 연기가 이 영화를 살리는 큰 힘이다. 한편 극중 여우두마리가 지어낸 이야기지만 고등학생의 섹스장면은 다소 충격적이다. 이슬과 작은새, 여우두마리, 대학생 등은 극중 이들의 컴퓨터 채팅 대화명이다.

네 배우의 커플연기가 돋보이는 <바람피기 좋은날>는 18세 관람가로 2월 8일 개봉한다.

2007.1.29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