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최배달'은 없고 '파이터 최배달'만 남아...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1930년 후반 일제시대, 비행사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한 최배달(양동근 분)이 온갖 수모를 겪은 뒤 가라데를 접하면서 무도가의 길로 전념하게 된 청년시절을 다루고 있다. 일본의 모든 문파의 고수를 차례대로 격파하며 전설의 파이터로 거듭나는 최배달의 모습이 중심으로 전개되며 최배달이 첫사랑이야기가 곁가지로 진행된다.

잊혀진 인물을 현실 밖으로 끌어내는데는 성공했지만 최배달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무도인으로서 삶 사이에서 어느 하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방향을 잃고 있다. 여기에 영화적인 설정과 과도한 액션과 기교로 인해 결국 인물을 묻혀버리고 만다. 기대에 못 미치는 액션과 어색한 음악도 실망감을 안겨준다. 특히 영화 <자토이치>를 연상케하는 장면인 극중 최배달이 료마를 만나 대결하기 전 상상하는 장면과 최배달이 살해한 료마의 아내에게 용서를 구한 뒤 다시 싸움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다소 생뚱 맞게 나와 극의 자연스런 흐름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파이터 최배달'은 보이지만 '인간 최배달'은 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무도가 '최배달'은 일제시대 일본으로 건너가 전 일본공수도 대회를 석권했으며 유도, 검도, 합기도의 달인을 모두 격파하고 중국의 쿵푸, 미국의 복싱, 프로레슬링 등 세계 전역 100인의 무도고수와 대결해 전승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신화적 파이터로 일본에서 '극진공수도'라는 새로운 무술을 창안, 전세계에 보급했던 실존 인물이다.

방학기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바람의 파이터>는 청어람의 배급을 통해 오는 7월 12일 개봉된다.

2004.08.02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