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어디 갔니?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다. 이미 미국에서 리메이크로 인기를 모았고, 이제는 한국차례다. 아트디렉터로 유명한 홍종오 감독의 첫 영화로 박상면, 이원종, 안재모가 세 남자로 분해서 갑자기 찾아온 아기를 돌보는데 목숨을 건다. 그리고 이들을 괴롭히는 인물은 또다시 조폭이다.

영화 <유아독존>은 박상면과 이원종 특유의 유머에 중심을 기울이면서 정작 아기에 대한 이야기는 놓치고 있다. 허술하기 그지없는 네러티브 속에서 아기는 나왔다 숨었다를 반복한다.
아기가 필요한 장면에서만 의무적으로 등장할 뿐 주인공은 멍청한 만수(박상면)과 우직한 풍호(이원종)로 귀결된다. 아기에 관한 이야기지만, 아기는 안중에도 없는 영화는 별다른 감동과 재미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영화를 끌고 간다. 몇몇 장면들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이는 적절한 상황이 연출하는 유머가 아닌 단발적인 웃음일 뿐이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에 자기복제적인 캐릭터들, 허술한 이야기전개까지 <유아독존>은 2002년에 제작된 영화라고 보기 어려운 구태의연한 구성의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박상면과 이원종같은 연기자들이 이런 자기복제성 영화에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사실은 아쉬울 뿐이다. 관객들에게 동어반복의 싫증을 유발할 수도 있음을 상기해야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는 늘 배우기근이라는 말들이 나돌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동어반복으로 관객의 외면을 받는 배우들이 생겨난다면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배우의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유아독존>을 보면서 이런 능력이 배우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