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한(阿羅漢)-장풍대작전 ARAHAN
2004 도시무협액션 ∥ 114분 12세 관람가


아직도 머나먼 한국형 액션 영화

- 예측 가능한 아라한 장풍대작전

액션 영화는 상업적 오락 영화의 결정판이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즐거운 환상이 가장 잘 드러나고 이 코드는 전세계인이 공유하는 공통된 정서를 가지고 있다. 코메디나 멜로, 스릴러나 호러가 나라마다 조금씩 관습이나 문화에 차이가 있지만 액션 영화만큼은 아랍권이나 중남미, 기타 국가들을 망라한 모든 인종과 계층에서 쉽게 공감한다.

이런 이유로 상업 영화가 발달한 미국의 블록 버스터 액션 영화가 세계적인 상품이 되고, 각 나라마다 자기 고유의 액션 영화를 보유하고 있다. 홍콩 느와르와 무협 액션 장르로 대표되는 중국권 영화, 일본의 사무라이 액션, 중세 기사가 등장하는 유럽권 액션,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인도의 뮤지컬 액션, 사라센 무사들이 등장하는 아랍권 액션 등, 각 나라의 전통과 독창성을 보이는 다양한 액션 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이하 아라한)은 예측불허 도시무협이라는 한국형 액션영화를 표방한다. 60억이 넘는 제작비와 40%의 완벽한 CG를 도입한 기술, 3년이라는 넉넉한 시간과 인기 배우가 등장한다.

재미있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완벽한 토양을 갖추고 만들어졌다. 그러나, 영화는 어디에도 독창적인 액션이나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술적인 완성도는 어느 정도 갖추어졌지만 알맹이를 찾기가 힘들다. 값비싼 삭스핀으로 불어터진 라면을 끓인 꼴이다.

어설픈 마루치 아라치들의 도시활극

열혈순경 상환은 우연히 장풍을 구사하는 아라치 의진을 알게 되고 자신이 마루치가 될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시에 숨어사는 칠선 도인에게 무술을 전수받게 되는 상환. 장풍과 공중부양을 배우고 싶었지만 수련은 고되고 의욕은 점점 사라진다.
한편 칠선들에 의해서 봉해진 흑운이라는 악인이 봉인에서 풀려나고 아라한이 되기 위한 열쇠를 얻기 위해 칠선도인들을 차례로 궁지로 몰아간다.
과연 상환과 의진은 흑운을 물리치고 아라한의 열쇠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독창적이어야만 한다

액션 영화는 경쟁이 치열하다. 관객들은 이미 액션 미학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메트릭스 시리즈를 보았고, 무협액션의 와호장룡과 영웅을 보았으며, 비장미가 넘치는 홍콩느와르를 접했다. 그 외에도 완벽한 CG를 구사하는 허리우드 영화와 리얼액션을 구사하는 전설의 이소룡 영화, 매년 명절이면 찾아오는 즐거운 성룡과 주성치 영화도 봤다.

한국 액션 영화의 살길은 분명하다. 이들 영화와 차별화 된 독창적인 액션과 스타일과 내용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아니면 비교해서 월등히 우수한 액션 영화를 만들면 된다. 그도 저도 아니면 당연히 관객들에게 외면당한다.

아라한의 줄거리는 어디선가 많이 본 스토리다. 기존의 다양한 액션 영화의 장면과 내용을 잘 모은 종합선물세트 같다. 과자가 귀한 시절에야 종합선물세트가 통했지만 지금처럼 과자가 흔한 세상에 이것저것 남은 과자를 끼워서 파는 종합선물세트 따위가 통할 리가 없다.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연계성도 부족하고 독창성도 떨어지고 구성까지 부실하다. 내용이 부실하면 화면의 박진감이나 액션의 미장센으로 만회하면 된다. 그러나 어떻게 대충 CG로 바르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한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부실하다.

묻고 싶다. 어느 부분에서, 어떤 면에서 이 영화가 기존의 다른 액션 영화나 액션 만화와 차별화 되는지를 말해달라.

액션 영화를 조금만 본 사람이라면 장면과 줄거리 구석구석에서 어느 영화와 비슷한지를 쉽게 집어낼 수 있다. 그나마 류승범의 애드립성 코믹함이 간간이 주는 웃음이 약간 즐거울 뿐이다.

좋은 액션 영화를 만들기 위하여

액션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배우들이 몸으로 구르고 두들겨 맞고, NG나서 다시 찍으면 또 맞고, 그러다 다치고, 사고도 난다. 화면을 구성해서 찍는 것도 다른 영화에 비해서 서너 배는 더 힘들다. 재미를 주는 이야기의 구도도 대충 정해져 있어서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기가 어렵다. 게다가 기술적으로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미국과 중국 영화를 넘어서야 하는 힘든 과제가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방법과 방식이 있어야한다.

미국과 중국 영화처럼 장르화된 독창적인 한국형 액션 영화가 필요하다.
그간 한국 영화는 조폭물에서 보여진 액션과 '올드보이'에서 망치를 들고 싸우는 최민식의 리얼한 액션,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보여준 학원 액션에서 독창적인 한국형 액션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대충 와이어에 매달려서 날아다니고, 나머지는 CG로 바르고, 이리저리 치고 박고 하면 액션 영화가 될 것 같지만, 좋은 액션 영화는 그런 안일한 자세로는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아라한은 돈과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독창적인 열정과 도전하는 패기가 없으면 좋은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
육체적인 액션을 하는 배우는 자기 관리와 노력이 철저해야 한다. 혀가 짧아서 발음에 문제가 있는 모 배우는 피나는 노력으로 조각 같은 몸을 만들었다. 그런 몸으로 이리저리 치고 받는 액션은 당연히 생생하게 살아났다. 결점을 극복하고 노력하는 배우로 지금은 당연히 누구나 인정하는 스타가 되었다.

외국 배우들의 몸을 좀 보라. 액션 연기를 위해서 이 정도의 노력은 정말 최소한이다. 총을 들고 설레발치는 것이 아닌 몸으로 하는 액션 연기라면 기본은 필요하지 않은가?

술 마시고 담배 피고 가끔 바벨 몇 번 든 몸으로 액션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두홍과 안성기의 몸은 액션 연기를 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배우들은 자신의 몸을 거울에 좀 비춰보고 액션 배우에 적합한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출연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제발 몸을 만들어서 연기를 해라. 그도 아니면 화면이 넘칠 것 같은 카리스마를 보여주던지.

지금 한국에서 리얼 액션을 소화할 만한 몸 상태를 가진 배우가 얼마나 되나 생각해보면 한국 액션영화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좋은 액션 영화를 만들려면 좀 더 치열하게 감독과 배우와 스텝들이 노력해야한다.

다락방21 작가 강비조

상상력의 부재와 답습된 액션의 오락영화

영화 <아라한-장풍대작전>는 어수룩하고 힘없는 교통순경 상환(류승범 분)이 우연히 도시 속에 숨어사는 도인 자운(안성기 분)과 의진(윤소이 분)을 만나게 되면서 도인의 최고경지인 '아라한(阿羅漢)'에 이르기 위해 고군분투 수련해 가는 과정과 봉인에서 풀려난 절대악 흑운(정두홍 분)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중심 축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만화적인 구성과 캐릭터로 재미를 선사하며 리얼 액션, 검술 액션, 고공 액션, 와이어 액션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음식점 액션씬'은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투박하고 리얼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만화적인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낸 류승범의 재치와 온몸을 던져 선보이는 액션이 돋보이며 전체적인 극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반면 <아라한-장풍대작전>는 기본적인 만화적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엉성한 스토리와 곳곳에 보이는 사족(蛇足)은 극의 흐름을 방해하고 종반으로 갈수록 액션의 템포를 늘어지기 만들어 지루하게 만든다. 특히 무협물로서 기대했던 상상력과 액션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 소설가 이외수를 비롯해 가수 윤도현과 배우 박윤배, 봉태규 등이 까메오로 출연한다.

<밀애> <선생 김봉두> 등을 제작한 좋은영화의 여덟 번째 작품인 <아라한-장풍대작전>은 시네마서비스의 배급을 통해 오는 4월 30일 개봉한다. 총 제작비 63억 6천만원(순제작비 46억 5천만원)이 투입됐으며 한국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6개월간의 긴 후반작업 기간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다.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Copyright 1999~ (c) Koreafil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