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공포

강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아파트>는 매일밤 9시 56분, 동시에 불이 꺼지는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연쇄적인 의문의 죽음과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그린 미스테리 공포영화로, 현대인들의 가장 일상적이고 친밀한 생활공간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소외, 무관심에서 비롯되는 공포를 담았다.

아파트에 혼자 사는 주인공 세진은 지하철에 흐느껴 우는 여자의 외면하고 급기야 자신과 동반자살하려는 여자의 손길마저 뿌리친다. 이후 악몽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세진은 우연히 매일밤 9시 56분, 맞은 편 아파트의 불이 꺼지면 다음 날 누군가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형사와 주민들에게 알리려하지만 주민들은 '집값 떨어진다'며 미친 여자로 취급한다. 한편, 세진은 우연찮게 문제의 맞은 편 아파트에서 홀로 살고 있는 장애우 유연을 알게되고 매일밤 맞은 편 아파트와 유연을 쌍안경으로 관찰하기 시작한다. 아파트 주민들은 사고를 부모를 잃은 유연에게 지나친 친절을 베푼다.

'아파트'라는 친숙한 일상의 공간을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는 공포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지만 엘리베이터, 복도, 비상계단, 핍홀(peep hole), 초인종 등 아파트 곳곳에서 파생되는 긴장감과 공포는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또, 장애우, 은둔형 외툴이, 파괴되어 가는 공동체 의식 등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을 곁들이지만 이야기의 짜임새와 연결고리가 엉성한 탓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결말로 가기 위한 이야기와 감정의 비약이 심하다는 점이 영화를 맥빠지게 한다. 악몽과 죄책감에 시달리던 주인공 세진이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공포의 중심으로 뛰어들어 고군분투하고 결국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은 쉬이 납득이 가지 않으며 죽어나가는 아파트 주민들이 왜 유연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분명치 않아 원혼의 복수극에 선뜻 공감하기도 힘들다. 고소영의 밋밋한 연기도 흠이다. 귀신과 사는 은둔형 외톨이를 좀 더 활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편, <아파트>는 <가위><폰><분신사바> 등 공포영화 전문감독인 안병기 감독의 연출과 톱스타 고소영의 캐스팅, 온라인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강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높은 기대를 관심을 모았던 작품으로, 시놉시스 단계에서 일본으로 200만 달러에 선 판매된 바 있다.

강풀·안병기·고소영의 만남이 만들어낸 <아파트>는 18세 관람가로, 오는 7월 6일 개봉한다.

2006.06.28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