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

7년여의 기획과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은 인간의 ‘똥’만이 유일한 에너지원인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초특급 배변 능력을 가지게 된 이쁜이를 놓고 그녀와 동행하게 된 양아치 아치와 씨팍과 그녀를 쫓는 보자기 갱단과 정보국의 피튀기는 쟁탈전을 그린다. ‘몹시 양아치 액숀’이라는 신종 장르를 표방하고 제목 '아치와 씨팍'(양아치와 씨팍새의 줄임말)에서 느껴지듯, 영화는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삼류 양아치를 전면에 내세워 몹시도 양아치스러운 액션을 선보인다. 여기에 온갖 화장실 유머와 엽기가 욕설과 함께 펼쳐진다.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인간의 ‘똥’만이 유일한 에너지원인 가상의 도시. 에너지원 축적을 위해 정부는 시민들의 항문에 태어날 때부터 배변 여부 체크를 위한 아이디칩을 장착하고 배변을 장려하기 위해 마약 성분의 중독성 ‘하드’를 부상으로 지급한다. ‘하드’에 중독되어 돌연변이로 변해버린 푸른 몸뚱이의 보자기 갱단(신해철 분)은 배변 능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사막으로 내몰리게 되고 하드를 얻기 위해 약탈을 시작한다. 한편, ‘하드’를 갈취하기 위해 화장실을 습격하고 다니는 양아치 '아치'(류승범 분)와 '씨팍'(임창정 분)은 우연히 삼류 여배우 '이쁜이'(현영 분)를 만나게 되고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보자기 갱단에게 해괴망칙한 짓을 당하는 이쁜이를 구해내면서 원치 않은 동행을 하게 된다. 그 사건 이후, 이쁜이는 배변을 할 때마다 엄청난 하드가 생기는 초특급 배변 능력을 갖게 되고 이들은 인생전환을 맞게 된다. 하지만 ‘하드’가 최고의 재물인 세상, 이쁜이는 보자기 갱단과 정보국의 표적이 되고, 아치와 씨팍도 덩달아 싸움판에 끼어들게 된다.

인간이 '똥'이 유일한 에너지원인 세상이라는 엉뚱한 발상과 기상천외한 스토리가 흥미로우며 2천 컷이 넘는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현란하고 완성도 높은 비주얼이 돋보인다. 특히 생동감 넘치는 카메라 워크 그리고 2D와 3D를 조합시켜 만들어낸 주인공들의 액션 활극은 실사 영화를 못지 않은 액션 쾌감을 선사한다. 또한 독특하고 다양한 캐릭터에 류승범, 임창정, 현영, 신해철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더해져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전함 포템킨><매트릭스><원초적 본능> 등 다른 영화의 패러디 장면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그 동안 보아온 귀엽지만 비슷한 동물 캐릭터들과 낯간지러운 해피엔딩의 스토리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즐겁게 볼만하다. 하지만 18세 관람가인만큼 쉴새없이 쏟아내는 욕설과 엽기적인 화장실 유머는 후반으로 갈수록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완성도 높은 비주얼과 상상력 넘치는 기발한 스토리 구성,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인간의 배변까지 통제하는 상황을 희화하여 보여줌으로써 권력에 대한 신랄한 풍자까지 아우르는 <아치와 씨팍>은 18세 관람가로 오는 6월 28일 개봉한다.

2006.06.19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