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3개국 옴니버스 공포영화

2002년 <쓰리>의 두 번째 프로젝트인 <쓰리,몬스터>는 '호러'라는 공통의 장르를 한국·일본·홍콩 등 아시아 3개국 감독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선보이는 옴니버스 영화로 ‘몬스터’로 상징되는 인간 내면의 악마성에서 비롯되는 잔혹함을 소재로 극단의 공포를 그려낸다.

영화 <쓰리, 몬스터>는 한국편 박찬욱 감독의 <컷 Cut>과 일본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박스 Box> 그리고 홍콩편 프루트 챈 감독의 <만두 Dumplings> 등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편 박찬욱 감독의 <컷 Cut>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삶을 살며 심지어 착하기까지 한 영화감독(이병헌 분)이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영화에 출연했던 엑스트라(임원희 분)에게 납치 당해 피아니스트인 아내(강혜정 분)의 손가락을 담보로 아이의 살인을 강요당하며 겪게되는 극한의 공포를 통해 인간 내면의 숨어있는 악마성을 그리고 있다. 한 남자의 질투와 탐욕이 불러일으킨 증오와 복수극으로 읽을 수 있으며 빈익빈부익부 구조가 심화된 자본주의의 병리현상이 낳은 비극으로도 볼 수 있다. 영화는 4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아내를 살리기 위해 아이를 죽여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과 그 잔인함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면서 최대한의 공포를 끄집어낸다. 여기에 충청도 말투의 괴한의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 속에서 저질러지는 폭행을 통해 섬뜩함과 그 끔찍함을 더한다. 종반 아내의 목을 조르며 미쳐가는 영화감독의 모습과 아이의 원망과 증오의 눈빛은 인간 모두의 잠재된 악마성을 들어내기에 충분하다. 반면 인상적인 임원희의 능청스러운 악역 연기에 비해 이병헌의 밋밋한 연기는 감정이입을 떨어뜨려 극의 집중을 다소 떨어뜨린다. 또한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극변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보다 섬세하게 잡아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본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박스 Box>은 과거 자신의 질투로 인해 화제로 죽은 쌍둥이 언니의 악몽에 시달리는 동생 쇼코(하세가와 교코 분)의 공포를 몽한적인 이미지와 영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홍콩편 프루트 챈 감독의 <만두 Dumplings>는 어린 여자를 만나는 남편 때문에 외로움과 질투는 느끼는 젊은 시절 유명배우였던 칭(양천화 분)이 낙태한 태아로 만든 젊어지게 만든다는 신비의 만두에 중독되어간다는 이야기로 인간의 추악한 탐욕을 기괴한 사운드와 냉소적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쓰리, 몬스터>는 극단적인 상황과 소재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악마성을 끄집어내면서 세 감독 특유의 개성과 색깔로 섬뜩한 공포를 선사한다. 동시에 세 감독의 각기 다른 공포를 맛 볼 수 있다는 장점과 수준 높은 완성도에 비해 재미 면에서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다.

아시아 3개국 옴니버스 공포영화 <쓰리, 몬스터>는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을 통해 오는 8월 20일 국내에서 먼저 개봉된다.

2004.08.03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