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발목 잡힌 나이든 남녀의 순탄치 않은 사랑이야기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오랜만에 멜로 연기로 돌아온 부드러운 남자 한석규와 <여자, 정혜>를 통해 성공적으로 스크린 데뷔를 마친 아름다운 여자 김지수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멜로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정신지체를 앓는 철부지 형을 돌보느라 첫사랑을 포기한 약사 인구(한석규 분)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수억 원의 빚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치라고 생각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짝퉁 디자이너 혜란(김지수 분)의 순탄치 않은 사랑이야기와 가족애를 소소한 일상을 통해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가족에 발목 잡힌 나이든 두 남녀의 순탄치 않은 사랑이야기와 그들 가족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지는 영화는 사랑과 현실의 짐이 별개일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확인시키며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다. 사랑은 이제 끝이라고, 남의 일이라고 일찌감치 마음 접어둔 그들이지만 저도 모르게 다가온 두 번째 사랑 앞에서 설레어 하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답답한 현실로 인해 서로간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원망도 하지만, 가족이란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결국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를 보듬고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 또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소소한 일상을 통해 담담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얘기를 풀어 가는 솜씨와 두 배우의 섬세한 내면연기, 그리고 주인공의 지친 마음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음악이 어울러져 언뜻 단조로워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울림을 만들어낸다. 정신지체 장애인을 연기한 이한위의 변신과 열연은 칭찬받을 만하다.

너무 뜨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시네마서비스 배급을 통해 오는 11월 30일 개봉된다.

2006.11.20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