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어설픈 멜로로 치우쳐...

영화 <천년호>는 통일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아우타족의 원혼이 깃든 '천년호'를 검으로 봉인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통일신라 말기 진성여왕 시대에 접어들면서 나라는 패망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여왕의 총애와 사랑을 받는 장군 비하랑은 그의 연인 자운비와의 평안한 삶을 뒤로한 채 전쟁터에 나서게 된다. 한편 비하랑을 시기하는 관료들은 자객을 보내 자운비를 죽이려 하고 죽음의 위기에 처한 자운비는 '천년호'로 몸을 던지게 된다. 이후 천년호에 봉인된 원혼이 자운비의 몸을 빌어 복수를 계획한다. 영화는 장군 비하랑과 그의 연인 자운비 그리고 비하랑을 사랑하는 진성여왕 이들 세명의 비극적인 사랑과 갈등을 중심으로 그려내고 있다.

수많은 설화와 사기를 통해 천하의 탕녀로 또 성군으로도 기록된 진성여왕의 상반되고도 이중적인 캐릭터를 기초로 판타지로 재구성한 영화는 그 표현과 방법에 있어서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어설픈 멜로로 치우치고 만다. 게다가 단조로운 스토리와 느슨한 구조로 인해 극적 긴장감마저 떨어뜨려 92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판타지, 멜로, 무협액션 그 하나라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아나키스트> <비천무> <무사>에 이어 중국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되는 네 번째 작품인 <천년호>은 순제작비만 60억원이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시네마서비스의 배급을 통해 오는 11월 28일 개봉한다.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