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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록(본명 최재봉)의 동명 무협소설을 원작으로 한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조선시대 말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만으로 비참하게 처형을 당한 부모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과 아픔을
간직한 채 양반가의 사주를 받아 자객으로 살아가던 '무명'(조승우)이 어느 날 우연히 궁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바다를 보러 나선 '자영'(수애)을 만나고 그녀를 암살하려는 자들로부터 구하게 되면서 평생 가져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되자, 두려움에 떠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호위무사가 되어 궁으로 들어가 왕후가 된 '자영'을
'대원군'(천호진)과 일본의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바쳐 지킨다는 내용의 '사극 멜로 액션' 영화.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봐왔던 강인한 조선의 국모로서의 '명성황후'가 아닌 열강들의 세력 다툼
속에서 폭풍 같은 삶과 외로운 삶을 살았던, 그리고 한 남자의 사랑을 받았던 한 사람의 여인 '민자영'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에 무사 '무명'의 활약과 액션에 초점을 맞췄던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민자영'의
새로운 모습과 '무명'과의 이뤄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고종’과의
가례 전, 국모가 되는 것이 두려웠고, 우연히 만난 무사 ‘무명’의 호의에 웃음 짓는 순수한 모습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며 개화에 앞장 선 위엄 있는 모습, 그리고 신문물을 받아들이며 초콜렛의 달콤함에 매료되고,
직접 코르셋과 서양식 드레스를 입어 선보였던 도발적인 모습의 명성황후는 그간 대중들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잡아
있었던 모습에서 탈피하여 신선하고 새로운 한 여인의 매력을 각인시킨다. 여기에 그 누구도 지켜주지 못한
그녀의 곁에서 불꽃처럼 뜨겁고 나비처럼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 '무명'의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가 감성을
자극한다. 또한 동서양이 공존했던 광풍의 시대를 재현한 세트와 소품, 다채로운 의상, 그리고 CG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의 액션도 나름 시각적 재미를 선사한다. 두 배우의 연기 역시 나무랄 데 없다. 조승우는 강렬한
액션부터 가슴 시린 멜로 연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혼신의 연기를 펼쳤고, 수애 역시 국모로서의 역할과
한 남자의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내면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특히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전라
뒤태 노출은 감행하며 데뷔 후 첫 베드신에 도전한 수애의 과감함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역사와 멜로, 액션을 잘 버물리지 못할뿐더러 생략과 비약이 심해 극중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이 쉽질 않아 124분이라는 상영시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특히 액션 과감한 도전이라기보다는
필요 이상으로 멋을 부린 탓에 과하게 느껴진다. 액션도 중요하겠지만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는 데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2009.09.16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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