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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출한 사투리 전쟁으로 웃음의 신기원을 기록한 <황산벌>의 후속작인 <평양성>은 백제를 멸망시켰던 ‘황산벌
전투’ 8년 후 삼국통일을 위해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해 고구려의 평양성을 공격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삼국통일 역사의 뒷배경에 한반도를 집어삼키려는 당나라의 야욕을 간파한 신라의 대장군
김유신이 평양성 전투에서 오히려 고구려를 도움으로써 결국 당나라의 전력을 무력화하여 한반도에서 몰아내려고
했다는 영화적 설정을 더해 새롭게 재구성했다. <황산벌>이 백제의 계백과 신라의 김유신의 대결구도를 축으로
전개됐다면, <평양성>은 한반도를 집어삼키려는 당나라와 평양성은 물론 당나라를 몰아내려는 신라의 김유신,
그리고 아버지 연개소문이 죽고 난 뒤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는 세 아들의 대결구도로 전개된다. 동시에 황산벌
전투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건만 또 다시 전장에 끌려온 백제 출신 ‘거시기’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축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겉으로 연합군이지만 뒤로는 서로 속고 속이는 눈치작전을 펼치며 상대의 전력을 소모시키려는 신라와
당나라, 당나라와의 협상을 위해 정치적 망명을 했다가 결국 민폐만 끼치고 고구려를 위기로 내모는 남생과
오직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고구려왕, 전쟁과 상관없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생존전략을 구사하기 바쁜 거시기와
전쟁터에서 한몫 잡아보려는 열혈병사 문디를 비롯한 민초들을 통해 살벌한 전쟁 속에서 제 각각의 꿍꿍이를
지닌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감독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유쾌하게 꼬집어 낸다. 전편이 위엄 있는 장군의 모습이
아닌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장군이라는 새로운 발상의 캐릭터와 기발한 전투신으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던
만큼, <평양성>도 이를 기본으로 새로운 고구려의 평안도 사투리를 가세한 더욱 다채로운 색깔과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과 쌀공격, 속사포 랩 공격, 벌공격, 동물 공격 등 기상천외한 전투신으로 무장해 업그레이드 된
재미를 선보인다. 여기에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시기와 이를 방해하는 문디의 티격태격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으며, 의외로 전반부와 후반부에 잠깐 나오는 황정민의
맛깔스러운 사투리 연기가 배꼽을 잡게 만든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인물간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후반으로 갈수록 사투리와 전투신의 재미도 떨어지면서 다소
지루한 감을 안겨준다. 특히 후반부의 거시기와 갑순의 멜로 라인은 극의 분위기를 확 떨어뜨린다. 설 연휴에
가족이 함께 편하게 웃으면서 보기에는 적당하지만, 특별한 재미를 원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대결로 끝나는 엔딩은 나름 기발하다.
2011.01.20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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