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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7월, 노근리의 철교 밑 터널 (속칭 쌍굴 다리) 속으로 피신한 인근 마을 주민 수백 명이
미군들의 무차별 사격으로 무참히 살해된 ‘노근리 사건’을 최초로 다룬 영화 <작은 연못>은 한국전쟁 발발
한달 후인 1950년 7월, 평화롭던 충청도 한 산골마을에 일본인 통역을 앞세운 미군이 들어와 당장 마을을
비우고 떠나라는 명령을 내리자 어쩔 수 없이 피난길에 오른 마을 주민들이 갑작스런 비행기 폭격에 이어 피신한
노근리 철교 밑 터널(속칭 쌍굴 다리)에서 영문도 모른 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무차별 사격에 의해 무참하게
학살된 그날의 참혹한 비극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영화는 특정한 이데올로기의 입장에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보다는 다시 돌아오리라는 생각에 마치 소풍을
가듯 피난길에 오른 순박한 시골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처참하게 희생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국전쟁 당시 가장 참혹한 학살 사건으로 기억되는 역사적 실화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모른다는
점에서 사건의 진상보다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건 자체를 알리는 게 더욱 중요한 일로 보인다. 자신을 지켜주러
왔다고 믿었던 미군들에게 어이없게도 희생되는 그들의 모습에서 비극적 역사의 아픔을 느낄 것이며, 죽음의
공포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피난민 틈에 민간인으로 위장한 적국이 침투한다는 미확인
정보를 확신하여 피난민들의 저지선 통과를 저지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순박한 시골사람들을 학살한 미군의
만행에 분통을 터뜨릴 것이다. 2005년 뒤늦게 한국정부가 사건의 실체를 인정했지만, 진실을 감추어왔던
학살의 당사자인 미국은 여전히 '노근리 사건'을 우발적 사고로 치부하고 있다.
몇몇 부분의 CG가 약간 미흡한 점도 있고 영화적인 재미도 덜하지만, 기나긴 시간과 힘든 과정을 거쳐
영화를 완성해낸 제작진의 노력과 자발적으로 참여한 배우들의 진정성 어린 연기는 칭찬할 만하다. 2008년
폐암으로 생을 마감한 故 박광정의 짧지만 마지막 모습도 볼 수 있다. 한편 중반부와 후반부에 화면을 헤엄치
듯 등장하는 어미 고미와 새끼 고래의 상징성은 선뜻 이해되질 않는다.
한편 이 영화는 문성근, 강신일, 고(故) 박광정, 김승욱, 이대연, 김뢰하, 전혜진 등 국내 연극,
영화계에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하였을 뿐만 아니라 스태프 및 후반작업 업체와 장비관련 업체들도
현물투자 방식으로 제작에 참여하여 충무로에서는 보기 드문 이례적인 제작방식이 도입되어 화제를 모은바 있다.
2010.03.18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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