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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질투는 나의 힘>으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은 박찬옥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파주>는
안개 가득한 도시 파주와 철거로 어수선한 동네를 배경으로, 3년만의 가출 끝에 고향인 파주로 돌아온 '은모'(서우)가
언니의 사고사가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의문을 하나씩 밝혀가면서 자신을 언제나
보살펴줬던 형부인 '중식'(이선균)에 대한 의심과 동시에 그를 향한 감정에 갈등하다가 끝내 진실을 감추는
그를 배신하고 파주를 떠난다는 내용.
안개가 뿌옇게 끼어있고 북한과 마주하고 있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드는 도시이자 제목인
'파주'처럼, 영화는 원망과 두려움, 이룰 수 없는 사랑에서 갈등하다 모든 걸 망치고 떠나는 여자와 죄의식과
책임감, 애틋한 감정 사이에서 끝내 희생을 택하는 남자의 엇갈린 사랑과 관계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욕망,
이중적인 감정과 죄의식 등의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영화는 감춰진 진실과
감정을 해소시켜주기보다는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흔들리는 두 남녀의 감정에 집중한다. 갈등하는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포착해내는 감독의 솜씨와 특별한 사건 없이도 인물간의 미묘한 긴장감으로 극을
끌어가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여기에 복잡한 내면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이선균과 서우 두 배우의 빛나는 연기가 더해져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별 출연한 김보경과 이경영의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도 볼만하다. 또한 너무나도 처절하면서도 사실적인
베드신은 인상적이며, 은모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보스 캐릭터와 은모의 결정이 어이없게도 결국
철거 깡패들에게 득이 되는 엔딩도 흥미롭다. '형부와 처제'라는 익숙한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결코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끄는 영화 <파주>는 10월 29일 개봉한다. 앞서 이 영화는 최근 폐막한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NETPAC)상을 수상한 이후 해외 각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2009.10.21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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