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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중독남과 스토커 노숙녀의 기이한 동거

<친절한 금자씨><달콤, 살벌한 연인><미쓰 홍당무>의 뒤를 잇는 독특한 여성 캐릭터 영화 <우리집에 왜왔니>는 갑작스런 사고로 아내를 잃고 그 죄책감으로 3년째 자살 시도만 반복하는 남자, ‘병희’(박희순)가 어느 날 자신의 집에 느닷없이 찾아와 자살하려던 자신을 밧줄로 묶어 감금해버린 채 앞집에 사는 남자, ‘지민’(승리)만을 감시하는 정체불명의 여자, ‘수강’(강혜정)과 뜻하지 않은 기이한 동거를 하게 되고 전과 3범의 노숙자가 된 그녀의 삶과 사랑을 알게되면서 서로의 사랑에 대한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아내의 죽음 이후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남자와 혼자 자란 탓에 사랑의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할 줄 모르는 여자의 사랑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어이없게도 자신의 집에 감금당한다는 설정이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한정된 공간과 인물 속에서 전개되는 에피소드는 너무 단조로워 극의 긴장감이 떨어지며, 병희가 수강을 알아가면서 그녀를 돕게되고 결국 서로 묘한 감정을 느끼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미약해 좀처럼 이야기가 다가오질 않는다. 두 주인공의 과거를 보여주는 잦은 회상도 영화의 흐름을 방해한다. 노숙자에다 스토커로 분한 강혜정의 변신과 열연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그보다 황당한 상황에 놓인 박희순의 표정 연기와 방백이 기대 이상의 웃음을 선사한다. 캐릭터와 사건의 강도와 달리 잔잔한 분위기와 음악의 묘한 대조가 이색적이다. 한편 오광록과 조은지, 그리고 강혜정의 친 여동생이 까메오로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