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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농부와 마흔 살 소의 30년 동행과 애틋한 이별이야기

다큐멘터리는 <워낭소리>는 잘 들리지 않은 귀와 온전치 못한 한쪽 다리로 옛날 방식으로 평생 농사를 지어온 팔순의 농부와 이것저것 불만을 터트리면서도 한평생을 같이해 온 할머니, 그리고 평균 수명을 넘어 기적 같이 그들 곁에서 묵묵히 30년을 함께 한 마흔 살 소의 애틋한 동행과 이별 이야기를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린다.

‘유년의 우리를 키우기 위해 헌신했던 이 땅의 모든 소와 아버지들에게 이 작품을 바칩니다’라는 영화의 마지막 자막처럼, 영화는 평생 일만 하다 어느새 늙고 쇠약해진 농부와 소의 관계를 통해 사라져 가는, 늙어져 가는,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을 오롯이 담아낸다. 또한 불편한 몸으로 우직하게 옛날 농사방식을 고집하는 농부의 삶과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마다 않고 따라 나서는 충직한 소의 헌신적인 인생을 통해 앞만 보며 바쁘게 살아가는, 자신의 존재만을 쫓아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들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끔 한다. 보통의 사실적인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감독의 기교와 연출이 개입됐지만 그 진정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이며, 죽음의 앞둔 소와 농부의 우정과 교감은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말 못하는 늙은 소 한 마리가 다인 영화에서, 게다가 내레이션마저 생략돼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할머니의 끊임없는 신세 한탄과 지청구는 내레이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기대 이상의 웃음을 선사한다. 후반부 겨울땔감을 진 노인과 나르는 기력을 다한 늙은 소의 나란히 길을 걸어오는 모습은 긴 여운을 남긴다.

촬영 여건상 좀더 둘만의 절묘한 순간들을 포착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참고로 ‘워낭’은 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로 극중 ‘워낭 소리’는 소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농부을 소통시키거나 교감하게 하는 매개음이며 그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