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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에 관한 다섯 가지 색깔

영화 <오감도>는 한국영화 불황의 분위기 속에서 제작비의 거품을 빼고 변혁·허진호·유영식·민규동·오기환 등 중견 감독 다섯 명이 의미 있게 의기투합하여 ‘에로스’를 주제로 각자의 개성 있는 색깔을 영화 한편에 담아낸 옴니버스 영화로, 장혁·김강우·배종옥·김수로·김민선·엄정화·황정민·김효진·이시영·김동욱·신세경·송중기 등 무려 16명의 화려한 배우들이 출연해 각자의 매력을 뿜어냈다.

영화는 'his concern'(변혁), '나 여기 있어요'(허진호), '33번째 남자'(유영식), '끝과 시작'(민규동), '순간을 믿어요'(오기환)등 5편의 단편으로 이뤄졌다. 처음 만난 남녀의 짜릿한 설렘과 미묘한 줄다리기, 그리고 하룻밤(his concern),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자의 애절한 사랑의 기억(나 여기 있어요), 우유부단하면서 괴팍한 성격의 영화감독를 둘러싸고 은밀한 음모를 꾸미는 선배 여배우와 신인 여배우의 은밀한 유혹과 사냥(33번째 남자), 죽은 남편의 애인이자 과거 은밀한 관계였던 후배와 아내의 기묘한 동거와 치명적인 애증(끝과 시작),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세 쌍의 10대 고교생 커플의 단 하루 동안의 아슬아슬한 커플체인지 게임(순간을 믿어요) 등 다소 도발적이면서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에로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다섯 명의 감독이 각자의 색깔로 빚어낸 이야기와 다양한 배우들의 매력이 펼쳐지지만, 전체적인 통일성은 물론 각 에피소드간의 긴밀성이 떨어지며 배우들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 또한 다소 현실과 괴리된 이야기 역시 공감대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무엇보다 자극적인 소재와 달리 표현 수위가 낮다는 점에서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더욱이 줄곧 자극적인 마케팅을 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관객들이 느낄게 될 배신감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중견 배우 배종옥의 과감한 노출과 파격적인 베드신, 그리고 엄정화와 김효진 동성 간의 과감하고 농염한 베드신이 눈길을 끈다. '에로스'에 대한 보다 색다른 접근과 시선, 과감함이 아쉬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