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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죄의식, 연민의 복합적 감정의 파노라마
_ 배우 김윤진이 여선의 새엄마 경희로 태어나기까지

이붓 딸이 살해되고 일주일 째 집으로 돌아와 '돌아왔어요'라는 말을 건네는 새엄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대한민국 모성 연기의 1인자라는 칭호를 들으며 다양한 엄마의 역할을 해 왔던 배우 김윤진에게도 이런 감정연기는 매우 어려웠다. 죽은 아이가 혼령을 돌아오는 것에 대한 극심한 공포와 자신이 마중 나가지 못해 납치됐다는 죄의식, 그리고 자신의 친딸이 아닌 것에서 오는 또 다른 죄의식, 근본적으로는 죽임을 당한 딸에 대한 무한한 연민과 미안함. 복합적인 감정의 파노라마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매일 매일 김윤진에게는 고통의 순간이었다고 한다. 김윤진이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엔딩 즈음의 딸 여선과 화해하는 씬에서는 카메라가 돌아가기도 전에 눈물이 터지는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촬영 스탭들과 김새론마저 눈물 짓게 할 만큼 그녀의 몰입의 정도는 깊고도 깊었다.

유괴, 감금,폭행,살해,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혹독한 감정선을 넘어
_ 배우 김새론이 여선과 마주설 때까지

영화 <아저씨> 이후 현재 나이 13세의 어린 소녀 김새론은 많이 성숙했다. 그렇지만 여선이 극중에서 당하는 유괴와 감금, 폭행, 살해의 경험은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공포이다. 김윤진이 질투가 났다고 밝힐 만큼 당찬 김새론 연기의 순간에도 제 작진은 많은 걱정을 했다고 한다. 어려운 현장을 촬영할 때 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하는 '아역 배우 보호 프로그램' 의 도움을 받아 새론이의 감정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고, 새론에게 나쁜 영향을 배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이유는 혹여 김새론이 극중 캐릭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안 좋은 기억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한 제작진의 배려였다. 그만큼 현장은 치 열했다. 온갖 아픔을 간직한 여선일 때의 김새론과 그 나이 또래만한 발랄함을 지닌 수연일 때의 김새론은 완전히 달랐다. 여선일 때의 김새론은 누구와도 눈빛 하나 마주치지 않고 말 한마디를 아꼈다고 한다. 여선과 이웃사람들이 지켜내야 할 수연의 1인 2역을 기대보다 월등하게 연기해 낸 그녀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이유이다.

두 아이의 아빠로써 너무 힘들었던 현장
_ 배우 김성균의 핏빛 어린 무표정 눈빛이 탄생하기까지

김휘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배우 김성균은 매 컷 매 테이크 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배우로 자신이 연기하는 씬이 아닌 타 배우의 연기 씬에서도 감정 몰입을 하는 타고난 배우라고 한다. 두 아이를 둔 아빠인 그로서는 아이를 납치하고 폭행하며 살해까지 하는 연쇄살인범의 역할은 너무도 가혹한 형벌 같은 것이었다. 살인범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고통 받는 아이의 감정까지가 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었었던 것. 아빠로서 그가 느낀 심리적 저항감으로 촬영이 끝나면 손이 덜덜 떨리는 게 제작 스탭들의 눈에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김성균이 심리적 저항감과 감정 몰입 사이에 어려운 난관을 훌륭히 극복해가며 만들어 낸 핏기 어린 무표정의 눈빛, 영화 <이웃사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폭력의 카리스마, 스탭들도 멀리할 만큼 살벌했던 현장
_ 배우 마동석의 거친 포스가 만들어지기까지

이웃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범인 후보로 주목 받을 만큼 폭력과 범죄의 아우라로 똘똘 뭉친 사채업자의 카리스마를 선보인 배우 마동석. 본인의 역할을 너무 몰입한 나머지 리얼하게 악질 사채업자의 연기를 해내서 현장의 스탭들은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카메라가 멈춰선 이후에도 마동석에게 가까이 가기를 꺼리고 심지어 피해다녔다고 한다. 이종격투기 선수 마크 콜먼과 캐빈 랜들맨의 개인 트레이너였다는 그의 특이한 전력과 몸 대부분을 덮고 있는 거친 포스의 문신도 한 몫 했다고 .

영화 <이웃사람>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말할 수 있는 강산맨션. 허름하고 서민적인 분위기의 강산맨션 이미지와 세팅 및 촬영의 용이함을 확보하기 위해 제작진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재개발 지역부터 헌팅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들은 설정상 살인범과 피해자가 거주한다는 내용 때문에 모두 거절당하자 제작진은 전국을 샅샅이 뒤져 퇴거를 마친 낡은 아파트 단지를 찾아야만 했다. 서울, 수원, 용인, 인천, 대전, 청주, 전주, 익산, 부산, 마산, 김해 등 전국 재건축, 재개발, 철거 아파트를 샅샅이 뒤져서 기적과 같이 찾아낸 장소가 부산 만공 주공 아파트였다.

재개발 인가 후 10년 정도 시간이 흘러 폐허 느낌을 주는 부산에 위치한 만공 주공 아파트를 주 촬영 공간인 11동 건물의 조경과 부분 리모델링하여 촬영에 착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 촬영 공간을 제외한 다른 동들과 주변도로들은 폐허로 방치되어 카메라 앵글에 제약이 따랐으며, 건설회사와 촬영을 마치기로 한 약속한 날보다 3일이나 지나 촬영이 끝나는 바람에 마지막 촬영 때에는 철거공사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촬영이 진행되면 공사를 중단하고, 공사를 진행하면 촬영을 중단하고 하는 식의 웃지 못할 해프닝 속에서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둔 <이웃사람> 강산 맨션 촬영 현장. 그 어떤 미술과 소품, 세트로도 표현할 수 없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공 주공 아파트는 웹툰 속 강산 맨션의 느낌을 200% 재현해냈다. 또한 중요한 공간 중 하나인 류승혁의 지하실은 낡은 느낌이 더해져서 스릴러 영화답게 등장만으로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영화 <이웃사람>의 긴장감과 스릴감을 배가시켰다.

아역배우 김새론부터 중견배우 천호진, 임하룡까지 타 영화에 비해 배우 연령대의 폭이 넓은 영화 <이웃사람> 제작진의 주요 과제는 배우들이 사고 없이 촬영을 마치는 것이었다. 촬영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중이 떨어지면서 사고 위험도 높아지는데 밤 촬영이 이어진 날에는 체력의 한계가 분명히 있는 노장배우들과 아역 배우 김새론의 안전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특히 김새론의 차량 사고 씬과 도로 씬에서 조명기가 강풍에 넘어져 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제작진은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또한 퇴거가 10년 전에 진행된 빈 아파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궐하는 수많은 벌레들과 모기등과의 싸움은 과히 오지 정글 속 촬영을 방불케 했디. 세트를 짓고 부수고 철거가 동시에 진행되는 등 시간과 철거와의 싸움에서 강도 높은 몰입이 중요했던 매 순간 순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또한 인지도면에서 전국구를 자랑하는 임하룡 배우의 경우 부산 촬영 내내 아이돌과 같은 인기를 누렸는데 동네 통장과도 같은 친근함과 격 없음으로 동네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면서 딱딱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아저씨 같았다. 그러나 승혁의 지하실 씬을 찍을 때는 감정몰입 및 분장 연결 체크, 손을 묶은 줄의 연결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쓰는 등 완벽주의에 가까운 배우의 모습을 보여줘 그의 연륜과 연기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했다. 마동석과 김성균은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때 처럼 앙숙 사이. 다만 둘의 입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김성균이 모질게 마동석을 구타하였으나 이번에는 반대상황이 된 것. 촬영 전부터 마동석은 사적인 원한이나 악감정 같은 것은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해 김성균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촬영 당일 마동석은 악랄 사체업자의 본색을 들어내며 인정사정 볼 것 없는 '김성균 구타씬'을 만들어냈다. 촬영 후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다고 다시 한번 말해서 김성균과 현장 스태프를 한바탕 웃게 했다는 후문.

이처럼 김윤진, 마동석, 김새론, 김성균, 임하룡, 천호진, 장영남, 도지한 등 8명의 주연배우들은 촬영 중 부상이나 위험한 순간에 주저함 없이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해 스태프들의 찬사를 자아냈다. 배우들의 값진 열정과 끈끈한 팀웍, 투혼이 더해진 영화 <이웃사람>은 스릴감 넘치는 전개로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유발하며 올 여름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