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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 감독의 홍콩 느와르 걸작 ‘영웅본색’을 세계 최초로 리메이크한 <무적자>는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을 가슴 깊숙이 묻고 가족을 찾아 수년을 찾아 해매는 무기밀매 조직의 일인자
‘혁’(주진모)과 자신을 버려두고 혼자 떠난 형에 깊은 증오와 미움으로 경찰이 되어 형에게 복수하려는 동생
‘철’(김강우)의 애증과 갈등을 중심으로 같은 탈북자 출신으로 혁을 친형처럼 따르는 가족보다 가까운 친구이자
혁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거는 ‘영춘’(송승헌)과 이들 모두를 제거하고 조직을 손에 넣으려는 ‘태민’(조한선)의
피보다 진한 의리와 배신을 그렸다.
영화는 ‘적으로 맞선 형제와 의리로 하나된 친구’라는 ‘영웅본색’의 기본적인 틀은 그래도 빌려왔지만,
배경과 이야기의 전개방식, 결말 등은 모두 다르다. ‘영웅본색’이 홍콩 반환을 앞두고 당시 혼란스러웠던
시대상과 남자들의 피 보다 진한 우정과 의리에 맞췄다면, ‘무적자’는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과 서로 애증으로
엮인 탈북자 형제의 뜨거운 형제애와 가족애 등의 보다 한국적인 정서적 특징을 담았다.
성냥개비 대신 사탕을 물었지만 바바리코트에 선글라스를 낀 송승헌의 모습과 비현실적인 총격신에서 원작의
향취가 느껴지지만, 원작과는 별개의 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또 다른 영화로 느껴진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원작에 대한 향수와 기대를 가진 관객이라면 실망할 여지가 아주 많다. 액션과 비주얼보다는 액션이나 비주얼보다는
드라마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에서의 총격신과 액션신은 원작에 반에 반에도 미치질 못한다.
영화의 만듦새나 완성도가 떨어지지는 않지만, 이야기 자체가 새롭지 않다는 점도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특히 감동이 최고조로 올라야 하는 영춘과 혁이 죽는 장면은 너무나도 눈에 보이는 연출이라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오죽하면 영춘이 죽기 직전 철을 향해 "행복한 새끼"라고 읊조리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나올 정도. 감정 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극적 엔딩 역시 큰 울림을 주지 못한다. 그래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연기한 네 배우의 열연은 볼만하다. 특히 악역을 맡은 조한선의 냉소적 연기는 칭찬할
만하다.
2010.09.08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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