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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백성의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한글 창제를 시작하고 맺은 임금, 세종

"나는 새 문자로 그 독점을 깨버리고,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송강호, 대왕 세종의 이면에 있던 인간의 모습을 길어 올리다!

이번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그의 신작을 마주하는 관객들이 당연한 듯 품는 물음표다. <나랏말싸미>는 그 의문에 또 한 번 '샘이 깊은 물'처럼 바닥 모를 '인간'의 다양한 얼굴과 표정과 감정으로 답한다. 충무공과 더불어 우리 민족이 가진 결점 없는 영웅. 그러나 송강호는 세종대왕의 이면에 가려져있던 인간의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실명 직전의 눈병과 소갈증(당뇨병), 사랑하는 아내는 끊임없이 유신들의 탄핵의 대상이 되고, 신하들은 중국의 황제 앞에선 같은 신하일 뿐이라며 끝없이 견제한다. 임금이란 자리가 만들어 놓은 공고한 벽에 작은 틈을 내며 백성을 위한 문자라는 필생의 과업을 위해 천한 불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인간적 호방함과 매력. 순간순간의 좌절과 애정 앞에, 왕이기에 터뜨릴 수도 없는 감정을 감추고, 차마 흐를 수조차 없는 물기를 눈에 머금는 세종의 모습은 송강호로 인해 위대함의 뒤편,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의
세종과 함께 한글을 만드는 꼴통 스님, 신미

"개가 절하는 것 보셨습니까?
나라에서 중을 개 취급하니 국법을 따를 뿐입니다"

박해일, 진리를 담는 그릇인 새 문자를 만든 신미의 신념을 완성하다!

꼴통 또는 반골. 질서에 녹아들지 않고 반기를 들거나, 자신이 정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인물을 연기할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 박해일. 그가 아무도 몰랐던 한글 창제의 숨은 주역인 신미로 돌아온다. 억불 정책을 국시로 여긴 유교 조선에서 가장 낮은 곳인 불가에 귀의하는 선택을 하고, 자신이 믿는 진리인 부처 외의 그 어떤 것도 섬기지 않는 그의 단단함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임금 앞에서도 결코 무뎌지지 않는다. 그가 새 문자 창제에 함께 했던 애초의 목표는 불가의 진리를 한양 도성 안에 퍼뜨리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문자는 진리를 담는 그릇이어야 하므로, 쉬운 문자를 통해 진리가 백성들에게도 퍼져 나가야 한다는 스스로의 목표를 찾는다. 스님다움을 '신미' 역의 첫 번째 조건으로 친 박해일의 꼿꼿함은 촬영 전, 그리고 촬영 중에도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며 스스로 '진리'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신미의 신념으로 체화되었다.

세종의 약한 모습까지 보듬으며
한글 창제에 뜻을 보탠 품이 너른 여장부, 소헌왕후

"암탉이 울어야 나라도 번성하리라.
새 문자를 열심히 익혀 각자 사가의 여인들에게도 퍼뜨려라"

전미선, 상처에 굴하지 않고 길을 찾고 제시하는 현명함과 당당함!

차분하면서도 기품과 위엄이 배어 나오고, 터뜨리듯이 드러나게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손에잡힐 듯 사려 깊게 전달하는 배우. 그가 전미선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소헌왕후는 왕의 애정을 둘러싼 암투를 일삼던 궁중 사극의 여성들과 180도 다른, 15세기 중반의 조선을 살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당당한 현대적인 여성 캐릭터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국법이 금한 부처의 말씀을 진리로 받들며 상처를 다스리고, 신미를 세종에게 소개해, 문자 창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신미 일행을 중전의 거처인 중궁전에 숨겨 한글 창제를 돕고 세종과 신미가 충돌하자 이들의 인연 또한 다시 이어준다. 때로는 세종과 신미보다도 더 큰 도량으로 '조력자'를 넘어 앞장서서 혜안과 강단으로 길을 터가는 소헌왕후는 한글 창제의 당당한 주역이다. 중전 이전에 현명한 아내이자 상처 많은 딸이었으며 어진 어머니였던 소헌왕후는 <나랏말싸미>가 역사 속에서 되살려낸 멋진 여성이다.

아버지와 왕실의 존립을 걱정하는 세자, 훗날의 문종, 김준한

"대체 그 문자가 무엇이길래 목숨과 바꾸신단 말입니까"

세종과 소헌왕후의 장남인 세자. 신하들의 눈을 피해 천한 스님과 손을 잡고 왕실의 존립을 위협하면서까지 새 문자를 만들고자 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으나,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드는 진심을 알게 된 후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새 문자 만들기에 일조하는
세종과 소헌왕후의 둘째 아들 수양, 차래형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끝까지 가라 하셨습니다"

아버지 세종의 명으로 천한 불승인 신미 스님의 제자로 들어가서 글자 만들기에 일조하는 세종과 소헌왕후의 둘째 아들. 매사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원칙주의에다 성격이 좀 급하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변함없다.

예술에 두루 능한, 세종과 소헌왕후의 셋째 아들 안평, 윤정일

"나야 목구멍에서 나와 입 안을 울리다 허공을 거쳐
귓구멍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지"

세종의 명으로 신미의 제자가 된다. 세종과 소헌왕후의 셋째 아들. 서예와 시문, 그림과 음악에 두루 능한 예술가형으로 여유 있고 유쾌한 성격이다. 천한 불승인 신미를 꼬박꼬박 스승님으로 존대하며, 자신의 장기를 살려 한글 창제에 함께 한다.

신미의 제자, 비상한 두뇌로
한글 창제를 함께 하는 영재 스님 학조, 탕준상

"스승님은 티베트, 파스파 문자도 읽을 수 있습니다.
다~스님들이 만든 소리글자입니다"

신미의 제자로 순수하고 밝은 소년 스님. 뛰어난 암기력과 언어능력으로 새 문자 만들기에 기여한다. 학형인 학열 스님과는 어릴 때부터 함께 절에서 생활하고 같이 배운 친형제 같은 사이다.

학조의 학형, 뛰어난 서예 실력으로
한글 창제에 힘을 보태는 스님 학열, 임성재

"한 번 더 쌔려보시요. 띵~띠잉 올라갈 때마다 작대기를 그서불믄?"

신미의 제자. 서예 실력이 뛰어나, 소리글자를 받아쓰면서 한글 창제에 힘을 보태는 스님. 어릴 때부터 절에서 함께 한 학조와는 친형제 같은 사이. 평소 말이 많아 신미가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수행을 시켜 '묵언'(默言)이라 쓰인 나무 표찰을 걸고 다닌다.

학조와 새 문자를 주고받으며
마음까지 주고받는 중궁전 나인 진아, 금새록

"도대체 아침마다 뭘 쓰니? 그 글자 가르쳐 달라고"

문자 창제가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소헌왕후의 명으로 신미 일행을 돕는다. 막 만들어진 새 문자를 배운 후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쓸 수 있게 되고 학조와 서툰 문자로 마음을 나눈다. 사가의 여인들에게 새 글자를 전하는 등 한글이 퍼지는 데 힘을 보탠다.

유신들의 권력을 지키려 새 문자에 반대하는 신하 정인지, 최덕문

"사대부에겐 왕도 넘을 수 없는 금도가 있습니다"

지식과 문자의 독점이 곧 권력의 독점으로 이어지는 유신이 주도하는, 조선의 기존 질서를 깰지도 모를 세종의 한글 창제를 반대한다. 그러나 신하들의 입지를 강화할 수도 있는 대목에선 세종과 타협도 하는 현실주의자. 왕권 강화를 견제한다.

유신들 중 은근히 세종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신하 고약해, 정해균

"우리 신하라는 자들은 임금의 콧김이라도 쐬어야
힘이 나서 국사에 전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왕권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유신들 사이에서 세종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유일한 신하. 말은 고약하게 하지만 유신들이 너무 노골적으로 세종에게 반기를 드는 순간에도 그만이 세종을 비호하고 변호하는 듯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