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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해>는 한국에 일하러 간 아내는 6개월째 소식이 없고, 쌓여 있는 사채 빚은 갚을 길이 없는
절망적인 연변의 택시 운전사 ‘구남(하정우)이 개장수이자 청부살인 브로커 ‘면가(김윤석)로부터 살인 청부
의뢰를 받고 아내도 찾고 빚도 갚기 위해 한국으로 밀항해 살인을 계획하지만, 뜻하지 않게 계획이 꼬여버리고
졸지에 살인자의 누명까지 뒤집어쓰고 경찰은 물론 모든 증거를 인멸하려 하는 청부 살인 의뢰인 ‘태원’(조성하)과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와 자신을 없애려는 ‘면가’에게 쫓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아내를
찾고 싶은 마음에 청부살인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족의 한 남자가 지독한 상황에 빠지게
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그렸다.
얼핏 쫓고 쫓긴다는 설정만 보면 전작인 <추격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의 시선 자체는
확연히 다르다. <추격자>가 살인자를 쫓는 남자의 시선에서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고 숨차게 따라붙으며 몰입시켰다면,
<황해>는 반대로 쫓기는 자의 시선에서 숨죽인 채 관망하다 서서히 다가가며 마음을 짓누른다. 여기에 생경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이 더해지면서 전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이런 탓에 <추격자>보다는
긴박감이 덜한 편이지만, 스피드한 전개와 방대한 스케일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2시간 36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긴장감 있게 끌고 간다. 여기에 하정우, 김윤석 두 배우의 지독한 열연이 더해지면서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차량 50대가 동원된 부산 시내 카 체이싱 장면과 대형 트레일러 전복 장면은 볼거리다. 전작만큼
폭력성과 잔혹성의 수위도 상당히 높다. 손가락을 잘라내는 구남의 모습이라든지 도끼로 상대방을 사정없이 찍어대고
심지어 족발 뼈다귀로 가격을 가하는 면가의 모습은 끔찍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영화는 깊은 연민을 불러일으키기에는
감정을 이입할 여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결국 고향에 가지도 못하고 아무도 모르는 망망대해 바다
속으로 던져지는 운명이 안타깝지만 청부살인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한 구남의 절박한 상황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현실적인 배경과 이야기와 달리 부상을 입고도 수많은 경찰과 조폭들을 추격을 따돌리고 달아나는
구남의 비현실적인 모습은 극의 현실감을 반감시킨다. 인물간의 관계 설정이나 파국의 원인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불친절하다는 점도 흠이며, 특히 자신의 애인과 놀아났다고 살인을 저지른 유부남 조폭 캐릭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질
난감할 따름이다. 한국으로 건너온 조선족의 실상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조선족의 아픔과 문제를 피부로 느낄
만큼 날카롭게 다루지도 못했다. 괜한 자동차 추격 장면 대신에 전작처럼 좀 더 두 인물간의 대결에 비중에
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130억원대에 이르는 제작비만큼이나 영화적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추격자>
만큼의 강한 흡입력은 발휘하지 못해 <추격자> 이상의 흥행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 중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다는 점이 흥행 변수로 작용할 수도.
2010.12.20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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