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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등장한 '홍길동'이 실재했던 인물이고, 그 후예들이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며 조상의 뜻을 받들어
의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과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영화 <홍길동의 후예>는 권력과
부를 이용해 정·재계를 자신의 손아귀에 올려놓고 좌지우지하는 비뚤어진 세계관을 가진 광기 어린 '공공의
적' 이정민(김수로)의 집을 털어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홍길동의 18대손이자 고등학교 음악교사인 홍무혁(이범수)과
그의 가족이 무혁의 애인인 연화(이시영)의 친오빠이자 이정민을 조사하다 죽은 선배의 한을 갚으려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청렴 결백한 검사 송재필(성동일)을 도와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21C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판 의적 홍길동家'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배우들의 오버하지 않는
코미디와 실감나는 액션, 그리고 알콩달콩한 로맨스가 그럭저럭 잘 어울러져 기대 이상의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이범수, 김수로 두 주연배우보다도 사랑 앞에서는 물불 안 가리는 4차원의 연화로 분한 이시영과 여동생과
아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송재필 검사로 분한 성동일의 코믹 연기가 돋보인다. 납치된 애인을 구하기 위해
펼치는 무혁과 찬혁 형제의 야마카시 액션과 BMX 묘기도 볼거리다. 하지만 가벼운 오락영화인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가 단선적인 게 흠이다. 또 각종 슈퍼히어로 피규어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악당 캐릭터가 나름 독특하고
흥미롭지만 그에 대한 특별한 이유나 그만의 활약이 없어 그냥 웃기로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다. 그들이 악당과
검사로부터 정체를 숨기게 위해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검사와 악당의 대결 구도가 아닌 홍길동과 악당의 대결
구도를 좀 더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09.11.16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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