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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재난영화의 도전

2004년 동남아시아를 휩쓴 '쓰나미'에 영향을 받아 기획된 <해운대>는 100만 인파가 모인 휴양지 해운대에 초대형 '쓰나미'가 들이닥친다는 설정과 한국 최초로 시도되는 재난 영화라는 점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죄책감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하는 해운대 미포 선착장 상가 번영회 회장이자 어머니와 아들 승현, 그리고 해양 구조대 구조원 동생 형식과 함께 작은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만식(설경구)과 몇 년 전 인도양으로 나간 아버지를 쓰나미로 잃고 해운대 미포 선착장에서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연희(하지원), 쓰나미를 예고한 해양지질학자이자 7년 만에 재회한 딸에게 당당히 아버지라고 밝히지 못하는 김휘(박중훈)와 그의 이혼한 아내 유진(엄정화), 연애에는 숙맥인 해양구조대원 형식(이민기)과 그에게 구조당한 후 저돌적으로 대시하는 서울에서 휴가 온 삼수생 희미(강예원), 그리고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살며 이렇다 할 직장 없이 동네에서 매일 사고만치는 날건달 동춘(김인권) 등 평범한 이들이 서로 오해하고 갈등하다 예상치 못한 초대형 '쓰나미'를 맞닥뜨리면서 서로의 오해와 갈등을 풀고 서로의 소중함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할리우드 재난 영화들이 대부분 '재난' 자체에 큰 비중을 두고 그 상황을 극복하려 하는 '영웅'의 드라마를 그려낸 것과 달리, <해운대>는 재난에 맞닥뜨린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이에 영화 속 쓰나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 후, 후반부에 등장해 인물간의 관계와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로써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또한 드라마를 한층 강조하며 할리우드식 볼거리 위주가 아닌, 웃음과 감동의 드라마가 살아있는 한국형 휴먼 재난 영화를 선보인다. 전작 <1번가의 기적>처럼 평범한 인물들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속에서 웃음과 감동을 끌어내는 윤 감독의 솜씨와 주·조연 배우들의 고른 호연이 빛을 발한다. 설경구, 하지원의 부산 사투리 연기는 어색함이 없이 자연스러우며, 신예 강예원과 개성파 배우 김인권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돋보인다. 생생한 ‘쓰나미’ 구현에는 다소 아쉬움과 한계는 있지만 드라마를 해칠 만큼은 아니다. 쓰나미가 후반부에 등장하는 만큼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기대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