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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신에 대한 믿음이 누구보다 강했던 목사 '주영수'(김명민)가 딸의 유괴로 신에
대한 믿음과 삶에 대한 희망도 잃은 채 타락한 사업가로 살아가다 8년이 지난 후 유괴범(엄기준)으로부터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살아있다는 전화를 받고, 다시 딸을 찾기 위해 홀로 유괴범을 뒤쫓는다는 내용으로,
생존가능성을 부인하고 지냈던 자신에 대한 통한과 회환, 그리고 유괴범에 대한 분노로 유괴된 딸을 찾기 위한
한 아버지의 필사의 추격과 응징을 그렸다.
유괴를 당한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기존의 유괴를 소재로 한 영화와는 달리, <파괴된 사나이>는 유괴되었던
딸이 8년 후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극의 전개가 시작된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상처와 고통
속에 사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사건은 미결로 끝났지만 부모들의 고통은 여전히 끝나지 않음을 보여주며, 계속해서
유괴와 살인을 저지르는 유괴범과 '한번도 잊지 않고 계속 찾았어요?'라고 아빠에게 묻는 아이를 통해 유괴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수사의 필요성과 관심의 중요성을 느끼게끔 한다. 유괴당한 딸이 살아있음을 알고 난 뒤 시작된다는
점이 새롭고 주인공의 직업이 목사라는 점이 흥미를 자아낸다.
하지만 영화의 전개과정은 매끄럽지 못하고 아버지와 유괴범간의 대결도 긴장감 있게 그려나가지 못해 전반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진다. 특히 주인공의 직업을 목사라고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영화 속에서 풀어내지 못한
점이 무엇보다 아쉽다. 자신이 원하는 음향 기기를 사기 위해 아이를 유괴하고 서슴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유괴범의
묘사도 다소 상투적이다. 오히려 유괴범보다 유괴된 아이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무난한
수준에 그쳤다. 한편, 마지막 면회신에서 딸이 만들어온 김밥을 먹으면서 아버지가 우는데, 차라리 그것보다
유괴당시 돌을 씹어야했던 딸처럼 김밥 속에 돌이 들어 있어 이를 꾹 참고 먹으면서 우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0.06.1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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