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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의 자백을 믿고 암수살인을 쫓는 유일한 형사, 형민

"누굽니까 당신은.
누군지 알아야 내가 원한이라도 풀어줄 것 아닙니까"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집념으로 완성하다, 김윤석

최근의 김윤석은 대체불가능이란 말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할 정도로 눈부시다. <남한산성>의 척화파 충신 김상헌은 코앞까지 닥친 청나라 군대를 두고도 정작 무기력한 왕을 상대로 조정 안에서 무엇이 진짜 충심인지 겨루는 간신들 사이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했고, <1987>의 박처원은 독재와 민주화가 갈라지는 격동기에 수많은 인물들이 파노라마처럼 명멸하는 극의 중심을 악역임에도 든든하게 쥐고 가며 김윤석이 아니면 안 되는 괴력을 발휘했다. <암수살인>의 김형민은 그가 또 한번의 변신을 선보이는 캐릭터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무기로 불리한 싸움을 시작하고, 온갖 장애와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찾고, 마침내 태오의 혐의를 입증하려는 목표로 수사를 밀어붙이는 김형민의 뚝심과 인간미는 기존에 그가 해 왔던 형사 캐릭터들 중 단연 돋보이며, 김윤석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감옥 안에서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 태오

"일곱, 총 일곱 명입니다. 제가 죽인 사람들예"

주지훈, 건달과 악마를 자유롭게 오가는 천의 얼굴을 완성하다!

강태오 역할을 애타고 찾고 있던 김태균 감독이 선과 악 사이 외줄타기를 하는 <아수라>의 문선모를 보고 '우리, 태오를 찾은 것 같아'는 말을 피디에게 했다는 에피소드는 단적으로 주지훈이 왜 강태오여야 했는지를 입증한다. 유죄 선고를 받고 수감된 후, 명민한 두뇌를 바탕으로 김형민 형사에게 거짓말과 진실이 뒤섞인 자백과 각종 요구들을 뻔뻔하게 들이밀며 심리전을 시작하는 태오는 건달과 악마의 두 얼굴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아수라>이래 <신과함께> 1, 2편과 <공작>을 통해 매번 변신하며 선악이 공존하는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주지훈은 강렬한 액센트와 독특한 성조를 오가는 원단 부산 사투리, 그리고 삭발과 노메이크업으로 강태오의 거친 외면을 완성했다. 희로애락을 초 단위로 오가는 입체적인 얼굴과 표현력으로 살인범 캐릭터의 통념을 완전히 깨는 강태오 역은 주지훈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전인미답의 영역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강태오 사건 담당 검사, 김수민

"그 놈이 그만둔다고 하면 우린 수사를 진행할 아무 권한이 없어요"

문정희, 단단한 신념으로 <암수살인>의 한 축을 책임지다!

오랜 연극 무대 경험을 통해 쌓은 탄탄하고 신뢰감 가는 연기력. <숨바꼭질>의 공포와 스릴의 핵심을 책임지며 관객들과 제대로 만난 그녀는, 이후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신뢰감을 쌓아왔다. <암수살인>에서 문정희가 연기한 태오의 기소 검사 김수민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에게 물을 먹인 형민이 달갑지 않은 사이임에도 계속 찾아오자 증거 이전의 신뢰감을 바탕으로 그를 대하는 캐릭터다. 문정희만이 가진 곧고 굳은 강단과 신념을 생생하게 살려낸 캐릭터, 바로 그녀가 김수민 검사다.

형민의 유일한 조력자, 조형사

"이게 다 암수살인 아닙니까, 갖고 놀기 딱 좋겠네"

진선규, 인간미 100% 조형사로 진가를 입증하다!

2017년 청룡영화상의 백미는 오랜 무명시절을 거친 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진선규의 눈물과 진심이었다. 가장 인간적인 수상 소감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인 그가 관객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건 역설적으로 조선족 출신의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원인 위성락을 연기한 <범죄도시>였다. 그런 그가 <암수살인>에서는 동료들의 외면과 질시 속에 홀로 고군분투하는 김형민 형사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며 외로운 수사에 동행하는 인간미 넘치는 조형사라는, 실제 진선규 맞춤형 캐릭터로 돌아온다. 경남 진해 출신으로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덧붙여 <암수살인>은 진선규가 가진 가장 원형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