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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로맨스이자 고전소설인 ‘춘향전’을 과감하게 비튼 <방자전>은 '춘향과 몽룡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몸종 방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라는 흥미로운 의문과 '춘향전'이 사실은 춘향을 사랑한
방자에 의해 미화된 거짓 이야기’라는 과감한 상상에서 출발해 춘향을 원했던 또 한 명의 남자인 방자의 시각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몽룡과의 짧았던 첫 사랑에 절개를 지키기 위해 변학도의 수청을 목숨 걸고 거부했던
‘정절’의 대명사, 춘향의 이야기가 아닌 춘향을 원한 또 한 명의 남자 방자(김주혁)와 출세와 복수를 위해
춘향을 이용하는 야비한 지략가 몽룡(류승범), 그리고 방자의 사랑과 몽룡의 신분 모두를 갖기 위해 두 남자에게
덫을 놓는 ‘춘향’(조여정) 사이에 얽히고 설킨 욕망과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다.
제목만으로도 발칙한 영화는, '춘향전'의 만년 조연 ‘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자체가 이색적이고 흥미롭다.
'춘향전'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설정은 물론 기존 상식을 뒤엎는 새롭고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재기 발랄한 스토리
전개, 그리고 전작 못지 않은 김대우 감독의 해학으로 가득한 촌철살인의 대사와 고정관념 깨는 캐스팅으로
색다른 즐거움과 재미를 안겨준다. 특히, 전반부 방자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전설의 연애고수 마노인(오달수)과
후반부 몽룡의 계략에 넘어가 오로지 춘향이를 품기 위해 부임해온 독특한 말투의 변태 사또 변학도(송새벽)
캐릭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며 기대 이상의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에로틱함은 또
다른 볼거리다. 이전의 사극과는 비교가 되질 않을 만큼 춘향과 방자, 몽룡과 향단의 정사신은 아주 대담하고
파격적이다. 육감적인 가슴은 물론 풍만한 엉덩이와 누워있는 전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한 조여정의 용기에
놀랍다. 이밖에 공들인 흔적이 엿보이는 세트와 미술, 영화 속 각양각색의 의상은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방자와 춘향에게 버림받은 향단이 세 인물 사이에서 별다른 긴장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점 정도다.
2010.05.25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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