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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이 2008년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부당거래>는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아동 성폭행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은폐하려는 경찰청의 음모를 기본 축으로, 동료 후배와 매제의 뇌물 수수 무마는 물론 승진을 보장하겠다는
상부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사건을 조작하고 가짜 범인을 만들기 시작한 비열한 광역수사대 반장 ‘최철기’(황정민)와
고층 빌딩의 입찰비리 수사를 접어두는 조건으로 최철기가 지목한 용의자를 결국 범인으로 만들어내고 최철기를
자신의 뒷배로 이용하려는 악랄한 조폭 출신의 건설업자 ‘장석구’(유해진), 그리고 자신의 뒤를 봐주던 스폰서가
입찰비리 건으로 최철기에 의해 구속되자 최철기의 약점을 잡기 위해 뒤를 캐기 시작했다가 최철기가 잡은 범인이
가짜임을 알아채고 자신을 위협하는 협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철기를 압박하는 교활한 검사 ‘주양’(류승범)이
지독하게 얽히고설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부당거래’라는 제목 그대로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당거래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직 사회에서 승진을 해야 살아남는 경찰과, 자신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스폰서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사건에 깊숙하게 개입하게 된 검사, 그리고 그들에게 기생충처럼 붙어서 더 큰 이익을 챙기려는 스폰서와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의 모습은 비단 그들만의 모습이 아니라 치열한 조직 사회에서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해 씁쓸한 공감을 일으킨다. 또한, 영화는 부당거래를 종용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걸려든 한 개인을 통해 욕망과 권력 앞에서 한없이 나약하고 폭력적인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그려낸다.
‘사건의 범인이 조작되었다’는 설정이 흥미로우며, 여전히 영화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의
폭은 넓다. 무엇보다 다소 무겁고 복잡한 이야기를 짜임새 있고 긴장감 넘치면서도 현실감 있게 끝까지 풀어낸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세 배우의 팽팽한 연기대결이 돋보인다. 특히 극의 무거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류승범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일품이다. 마지막에 진짜 범인을 공개하며 마지막까지 대한민국의 경찰과 검찰을 조롱하는
반전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면 쓸쓸함이 깊게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한편, 영화에는 이준익
감독과 황병국 감독, 제작사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2010.10.19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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