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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장

"너래, 애국자야. 고개 빳빳이 들고 살라우"

김윤석, 독재정권이 빚어낸 폭력의 시대. 그 초상을 완성하다!

<타짜> <추격자> <황해> <해무>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검은 사제들> 그리고 최근작인 <남한산성>까지. 그는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 없이 오직 김윤석으로 기억되는 캐릭터들을 완성해냈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의 단순한 잣대로 가늠되지 않는 인물의 입체감을 살려내고 악역의 경우에도 인물의 고뇌를 또렷하게 관객에게 납득시켰던 김윤석. 그는 <1987>의 박처장 역으로 다시 한 번 캐릭터를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투박하면서도 서늘한 평안도 사투리, 매서운 눈빛, 권위와 신념이 읽히는 강한 인상. 그리고 사선에 함께 선 부하들을 마치 아버지처럼 품다가도, 목적에 위배되는 대상을 향해서는 가차없는 응징을 지시하는 등 분노와 차가운 이성을 오가는 연기력으로 폭력의 시대, 그 맨 앞자리에 있었던 한 인물의 초상을 완성했다. 김윤석의 박처장은 <1987>의 뜨거운 이야기의 단단한 주춧돌이다.

화장 동의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이는 서울지검 최검사

"이번엔 법대로 하시죠.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정우, 꼴통 기질로 사건의 물꼬를 트는 최검사로 <1987>의 기폭제가 되다.

등장하는 순간, 특유의 개성과 여유로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 넣고 관객이 그를 따라 마음 놓고 영화를 보게 하는 배우 하정우. 그의 매력과 연기력은 <1987>에서도 여지없이 진가를 발휘한다. <1987>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최검사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투사가 아닌 보통 사람으로 최검사 캐릭터는 독보적인 매력으로 영화를 이끌며, 그의 선택은 사건의 발화점이자 <1987>의 영화적 재미에 탄탄한 초석이 된다. 화장동의서에 빨리 도장을 찍으라는 상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그의 선택은 신념과 소신이라는 거창한 개념 이전에, 상식과 양심이라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가치 또한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가기 쉬운 길이 정답이 정해져 있음에도, 그 정해진 길을 벗어나 용감하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꼴통' 최검사는 관객이 가장 사랑했던 배우 하정우의 모습 중 하나인, 호쾌하게 자기 갈 길을 가는 매력 만점의 멋진 캐릭터를 보여준다.

사건의 진실을 담은 옥중서신을 전달하는 교도관 한병용

"그럼 사람이 죽었는데 가만히 있어? 나 혼자 이러는 거 아니야"

유해진, 옳은 일이라 믿고 용기를 냈던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하다.

2017년, <공조>와 <택시운전사> 두 편으로 관객을 만났던 유해진은 소재와 성격이 확연히 다른 두 영화에서 모두 인간미가 느껴지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가장 최근작인 <택시운전사>에서 1980년 5월, 광주 사람들의 심성과 삶의 감정들을 생생하게 표현해 낸 유해진. 캐릭터의 인간적인 매력과 성정을 끄집어내 관객들에게 인물을 성큼 다가서게 만드는 그만의 표현력은 <1987>에서도 진가를 발한다. 자기 할 일에 충실한 교도관이자, 틀린 건 두고 못 보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검문에 걸리면 당시로선 무소불위의 법인 국가보안법 사범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수감된 민주화 운동 인사가 쓴 옥중서신이 담긴 잡지를 퇴근길에 챙겨 나른다. 누나와 조카 연희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고 자상하게 챙기면서도, 가족을 넘어서 세상을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그의 선택은 진실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지, 평범한 이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갔을지 역으로 생각하게 한다. 유해진은 특유의 설득력 있는 연기로, 1987년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강력했던 공권력에 맞서 마침내 6월의 시간 속에 이르렀는지 실감나게 전달할 예정이다.

87학번 대학 신입생 연희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식구들 생각은 안 해요?"

김태리, 1987년의 그들을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이들로 다가오게 하다.

2016년, 한국 관객은 시대와 신분, 성(Gender)의 장벽까지 단숨에 뛰어넘어 스스로 자신의 운명과 사랑을 개척해낸 용감한 '아가씨' 김태리를 처음 만났다. 한국영화 사상, 배우의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 중 하나라 할 만한 <아가씨>에서 울고 웃고, 분노하고 한편 판을 뒤집는 계획을 공모했던 '숙희'를 연기했던 김태리. 이번 <1987>에서도 연희의 감정의 진폭을 통해, 지금의 관객들을 1987년을 살아갔던 이들이 느꼈을 법한 감정의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아빠 대신이자 친구처럼 티격태격 지내는 소중한 가족인 외삼촌의 행동에 잔소리를 하지만, 실은 엄중한 권력에 맞서는 그의 선택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인물인 연희는 당시의 보편적인 시민을 대변한다. 권력이 부당한 것도 잘 알고, 그에 맞서는 이들의 선택이 옳다는 것 또한 알지만 저항했던 이들과 그 가족의 아픔과 상처 또한 너무 잘 알기에, 그녀는 상식처럼 되어 버린 침묵에 동조하고자 한다. 끝까지 외면하고 싶었던 연희의 심정은 지금 우리들이 만약 그때 그곳에 있었더라도 겪었을 감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태리는 마침내 광장에 섰던 6월의 그들, 그리고 지금의 우리들을 대변한다.

박처장의 부하, 대공형사 조반장

"까라면 까고, 밟으라면 밟았습니다. 제가 왜… 받들겠…습니다"

박희순, 사건 축소기도에 동원되는 형사로 권력의 폭력성을 역으로 보여주다.

박희순은 최근작 <남한산성>에서 말로 전쟁을 치르던 문신들 사이, 청나라 대군을 상대로 휘하의 군사들을 챙기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고민하던 장수로, 깊게 살피고 신중하게 행동했던 인물을 그렸다. 반면 <1987>에서는 리더가 아닌 따르는 자로, 공권력이 행사하는 폭력의 최일선에 있는 대공형사로 변신했다. 상관인 박처장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던 그는 지켜주리라 믿었던 조직이 자신을 저버리는 것 같자 심한 갈등을 겪는다. 언제나 적재적소에서 캐릭터에 딱 맞는 존재감으로 빛났던 그는 <1987>에서 고문치사사건의 축소기도에 동원되는 조반장을 통해, 1987년 당시 진실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 속에서 숨가쁘게 흘러갔던 그들 각자의 시간을 생각하고 느끼게 한다. <남한산성>에서 무엇이 나라를 위한 길인지 함께 고민했던 충신들로 만났던 김윤석과 <1987>에서는 지시하는 자와 따르는 자로 재회해 또 한 번 강렬한 호흡을 선보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끝까지 매달리는 사회부 윤기자

"사실 확인 좀 합시다. 물고문 했죠"

이희준, 세상에 진실을 알린 기자로 1987년의 양심적 언론을 그려내다.

여유로우면서 능글맞고, 직선적이면서도 우회할 줄 알고, 때로는 순박하고 친숙하면서도 때로는 저돌적이고 복합적인 개성과 매력을 갖춘 배우 이희준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유나의 거리] 그리고 [직장의 신] 등의 드라마로 새로운 유형의 배우가 탄생했음을 알렸다. <감기>와 <해무> <여교사> 등 스크린 속의 그 또한 캐릭터에 생동감과 현실감을 불어넣는 특유의 개성과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1987>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이 좁은 밀실을 벗어나 드넓은 세상에 알려지는 데 큰 기여를 했던 사회부 기자를 연기한 이희준. 그는 어떻게든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일념으로, 어떤 정보도 내어놓으려 하지 않는 공고한 공권력의 빈틈을 끝까지 파고들어 진실에 다가서는 근성과 패기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암흑의 시대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알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본연의 사명감으로 대상이 얼마나 강고하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그의 기자 정신은 이희준의 연기를 통해 <1987>의 드라마에 생동하는 활기를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