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an의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비경쟁부문)부문에 [스토커One Hour Photo]라는 영화가 있다. 마돈나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던 마크 로마넥 감독의 영화처녀작으로, 로빈 윌리엄스와 코니 닐슨 등이 출연한다.

경찰 취조실에서 사진에 대한 얘기를 하는 '싸이'의 장면으로 포문을 여는 이 영화는, 쇼핑몰 내부 사진 현상소에서 10년이 넘도록 일해온 외로운 중년의 남자 '싸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싸이'라 불리는 시모어 패리쉬는 사진을 현상하면서 사진 속 타인의 행복을 엿보는 게 유일한 낙인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수년간 사진으로 결혼식, 아들 제이크의 탄생, 가족파티 등을 보아온 요킨가족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고 그들에게 집착을 보인다. 그러던 중 필름을 유용한 것이 들통나서 해고당하는 날, 싸이는 한 여자손님의 사진에서 제이크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하고 직접 처벌에 나선다.

[스토커]는 사진 속에서 존재하는 타인의 행복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외로운 남자의 욕망과 집착을 스릴러형식으로 파헤친 영화로, 사진 속에서 타인들과 함께 하는 자신을 상상하는 싸이의 고독와 일련의 스토킹 행각은 현대사회의 소외감과 교감의 단절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마크 로마넥 감독은 싸이가 존재하는 공간들에 차가움을 입히고 온기를 차단하는 탁월한 시각적 연출력을 보이는데, 이는 인물들 사이의 단절된 공간감과 맞물려서 싸이의 외로움을 성공적으로 극대화시킨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싸이' 시모어 패리쉬의 로빈 윌리엄스이다.
코미디 연기의 대가로 불리던 로빈 윌리엄스는 그간의 웃음을 몸에서 때어내고, 지독하게 외로운 남자 '싸이'로 분해서 고독과 집착을 온몸으로 사진처럼 찍어낸다. [스토커 One Hour Photo]에 로빈 윌리엄스는 없다. 오로지 절망적인 소외감과 외로움, 고독으로 점철된 '싸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싸이'만이 외로움에 지쳐서 행복한 당신을 지켜볼 뿐이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