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래머 추천작 10선

PiFan2001 리뷰 - <나비>

고통을 잊게해주는 망각의 바이러스가 정말로...있다면?


(왼쪽부터 송유진 프로그래머가, 감독 문승옥, 배우 강혜정, 김호종)

97년 한국과 폴란드 합작영화 "이방인 태권도"로 호평 받았던 문승욱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독특한 영화 <나비>를 봤다.

시간과 지명을 알 수 없는 어느 가상도시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디지털 영화라서 보시기 불편할겁니다~" 라는 감독의 말과는 달리, 오히려 디지털의 장점을 많이 살린 영화로 꽤나 인상적이었다.
먼거리 촬영시 많이 흔들리는 점을 감안(처음부터 극장용으로 제작한 영화이므로...) 일부러 배우를 가까이 클로즈업해서 찍었다고 했다.(Q&A에서) -그래서 주인공들의 아픔을 더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잊고 싶은 기억만을 지워주는 망각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도시엔 고통스런 기억을 잊고싶어하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주인공 안나 역시 망각의 바이러스를 찾아오고, 바이러스 가이드 유키와 고아 출신 여행사 소속 택시 운전사 K와 함께 뜻하지 않은 경험들을 하게된다..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망각의 바이러스가 영화의 소재라는 점 자체가 쉬운 영화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영화는 쉽지않은 만큼 2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아무리 고통스런 기억이라지만... 기억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도 그렇고, 환경이 너무도 지독하게 오염된 나머지, 산성비를 맞으면 피부가 썩어들어간다는 것도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아마도 다른 어떤 감독보다도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해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매우 무겁고, 어두웠다. 그나마 아이를 출산한다는 것을 통해 희망이라는 메세지를 준 것이...
한편으로는 상투적이면서도, 영화에 대한 감동을 주는 부분이었다. 특히나 바닷가에서 아이를 낳는 장면은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영화 후 관객들이 감독에게 영화에 관한 질문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과 대답으로... 누군가가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임신에 대한 의미를 물었다.
1999년 수해와 첫 영화 실패로 망연자실해 있던 감독에게 누이의 임신은 새로운 희망을 심어줬었다고 했다. 그래서 알았다. 진정으로 아픔과 희망을 느꼈었던 감독이기 때문에, 깊이 감동을 주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을..

한편, 영화 <나비>는 지난 토론토국제영화제 진출에 이어 오는 8월 2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해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비>영화보기

 

코리아필름 명예기자 김종애 회원님